<데스크라인>인터넷과 페더파일

 “소아에 대한 이상성욕자(pedophile)가 아닌 당신이 만약 인터넷에서 어린이 포르노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된다면 그 기분은 과연 어떨까. 특히 인터넷에서 본 어린이가 바로 여러분의 딸이나 아들, 또 어린 동생 가운데 하나라면….”

 이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무슨 가당치 않은 말을…”이라며 손사래를 치거나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설래설래 젓기 쉬울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러한 일은 발생했다. 지난해 2월 사법당국에 의해 적발된 원더랜드 클럽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이 클럽은 오직 1만장의 어린이 포르노 사진을 제출하는 사람에게만 회원자격을 주었다. 그러다보니 이 클럽이 지니고 있는 어린이 포르노 사진은 100만장이 넘었다. 사진에서 드러난 어린이들은 갓난 아이에서부터 14세 이하로 대부분 발가벗겨져 있었으며 성적으로 학대된 모습이었다. 당시 언론은 사법 당국조차도 사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원드랜드 클럽은 지난 96년에 설립돼 미국·유럽·호주 등 모두 12개국에서 활동한 세계 최대의 인터넷 조직으로 2001년 적발되기까지 무려 5년 동안 활동했다. 원더랜더의 멤버들은 대부분 인터넷 채팅방을 이용해 어린이인 것처럼 가장해 어린이들을 유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피해를 입었는지 경찰로서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 사건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준 것은 어른이 자기 방어능력이 거의 없는 어린이에게 차마 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범인들이 당시 최고 30개월까지 실형을 받자 그 형이 너무 가볍다며 시민들은 항의 소동까지 벌였다.

 그 이후로 그와 같은 사건은 나타나지 않자 많은 사람들은 적이 안심하는 듯했다. 그런데 지난 9일 또다시 그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미국을 비롯한 덴마크·네덜란드·스위스 등 국가에서 생후 3개월 밖에 안된 아이에서부터 14살까지 45명의 어린이를 성의 노리개로 삼고 그 장면을 인터넷에 띄웠다. 이번 사건은 원더랜드 클럽 사건보다 규모는 작지만 죄질은 더 나빴다. 범인들의 80%가 바로 희생된 어린이의 부모라는 점이었다.

 인터넷을 이용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팔아보려는 욕심 앞에서 이제 인륜도 무너저 내리고 있는 듯하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미국에서는 지난 2년 동안 인터넷에 대한 규제가 큰 논란이 돼 왔다. 그러나 국경이 없는 인터넷의 특성상 전세계가 동일한 법이나 규정으로 그것을 규제하는 것이 어렵고 일부 국가가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렇다고해서 각국이 인터넷에서 어린이가 무방비로 노출되는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는 분명 위험이 있는 만큼 그것을 국민에게 홍보하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해야 할 의무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인터넷 서비스업체들도 자율적인 규제를 하든지 아니면 최소한 채팅방에 경고를 하는 것이 의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각 가정에서 어린이들이 홀로 컴퓨터를 가지고 노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은 부모들의 몫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린이 포르노에 희생될지 모르는 일이다.

 <박재성 국제부장 j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