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인터넷 예매

 ◆주태산 맥스무비 사장

인터넷 예매가 국내에 본격 소개된 것은 5년 남짓된 것 같다. 하지만 인터넷 예매가 불러일으킨 변화는 이제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걸쳐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초기단계이므로 몸으로 겪어봐야 아는 일이긴 하다.

 우선 주말 데이트코스로 극장을 선택했다고 해보자. 이 신문, 저 방송을 부지런히 살펴보며 극장과 영화를 골라야 한다. 극장 가는 길에 표가 남아 있을지 걱정이겠지만 늘 그랬듯이 모처럼의 극장 나들이는 즐겁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북적대는 주말 극장가. 당신의 들뜬 기분은 매표구 앞 장사진을 발견하자마자 가라앉을지 모른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그 줄 끝에 30분쯤 섰다가 마침내 매표구에 도달한다고 해도 상영회차는 대개 두 세시간 뒤다. 교통비와 관람비용만 달랑 준비해왔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남아도는 시간을 죽이기 위해 또다시 커피숍이나 레스토랑을 찾아나서야 하니까. 요컨대 무작정 나선 극장 데이트는 배(극장관람 비용)보다 배꼽(킬링타임 비용)이 크다.

 물론 얼마 전만 해도 매표구 부근에서 얼쩡대는 암표장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을 통하면 킬링타임 비용보다 조금은 낮은 프리미엄을 주고 제 시간 입장권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광경은 어떤가. 암표장사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대신에 별도창구에서 줄서기가 무섭게 표를 받아 입장해버리는 젊은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극장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입장할 뿐만 아니라 프리미엄은커녕 티켓값을 오히려 할인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반백년 역사의 암표장사를 도태시킨 주역은 바로 인터넷 예매자들이다. 이들은 주말 극장 데이트를 위해 수요일쯤 컴퓨터 앞에 앉아 미리 영화예매사이트에 들러 동영상 예고편과 평론가·관객들이 쓴 영화평들을 훑어본 다음 극장과 영화를 원스톱으로 선택한다. 현금입금보다는 신용카드 할인서비스를 이용해 매표소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영화예매를 한다. 예매후 사이버티켓을 컴퓨터에서 내려받은 이들은 극장 별도창구에서 사전출력해둔 입장권을 교환받아 거침없이 입장한다.

 인터넷 예매자는 이 같은 다양한 효용성에 힘입어 무서운 속도로 수직상승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영화의 경우 지난해 연인원 8800만 관객 중 2%대(200여만명)가 인터넷 예매자였다. 올해는 5%대(500만명)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같은 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수년내 전체 관람객수의 30%, 즉 연인원 3000만명이 영화예매사이트에서 실속있고 편리하게 예매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 예매를 통해 영화관객은 분명 시간적·금전적 혜택을 누린다. 극장업계는 줄서는 게 싫어서 극장관람을 꺼리던 잠재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흥행 비수기나 주중의 매표부진에서 탈피할 수도 있다. 세무당국은 극장측의 입장수입 누락에 대한 오랜 불신의 시선을 거둬들일 수 있다. 인터넷 예매기업들 역시 비교적 용이하게 서비스를 유료화할 수 있다.

 공연분야에서도 인터넷 예매의 효용성은 빛을 발한다. 지난 11일 시작된 그룹 god의 100회 연속공연을 예로 들어보자. 주최측은 1차분(45회 공연) 총 13만5000장의 티켓을 인터넷으로 예매해 불과 수십분 안에 표를 모두 판매했다.

 만약 기존의 창구방식대로 줄서서 표를 예매하도록 했다고 상상해 보라. 그 엄청난 줄을 서울의 어느 거리에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예매창구에 투입돼야 할까. 하지만 주최측인 선택한 인터넷 예매는 예전의 매표방식에 비해 기회비용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아무리 예매가 폭주했다고 해도 사이버상에서만 트래픽이 일어났으므로 도심혼잡으로 야기됐을 상당한 사회적 비용은 제로였다.

 주최측은 인터넷 예매를 통해 관람객에 대한 추가서비스도 할 수 있다. 예매사이트에 관련게시판을 만들어 새로 업데이트되는 공연정보와 공연관람시 주의사항을 사전에 알려줄 수도 있다. 예매자들도 게시판을 통해 공연정보를 서로 묻고 답하고, 함께 상경할 사람들을 모아 단체버스를 대여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 예매가 불러온 문화적 변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인터넷 예매의 효용성을 학습하고 나면 쉽게 습관으로 정착될 것이다. 변화의 폭도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인터넷 예매기업들에 의해 영화·공연·스포츠 예매에 다른 분야를 접목시키는 서비스 믹스(service mix)가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예매는 IT혁명의 적자로 결코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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