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히딩크와 벤처

 한국 축구가 드디어 8강에 올랐다. 나는 그 감격의 현장을 TV로 지켜보았다.

 내일이면 한국 축구 대표팀은 다시 또 새로운 도전의 장에 나서게 될 것이다. 한국 축구사를 새로 고쳐 쓰고 있는 히딩크 감독을 경영자의 입장에서 벤치마킹하려는 시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특히 우리 같은 벤처기업들에는 단순히 정서적 공감대를 넘어서 기업의 운명을 결정 짓는 중요한 화두를 던져준다고 생각된다.

 세간에 회자되는 히딩크식 경영과 리더십의 요점은 16강이라는 목표의 제시를 통해 구성원 모두가 비전을 공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 기존의 명성과 학연·지연 등을 타파하고 능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체력을 중심으로 한 기본기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이토록 당연하고 평범한 사실들이 한국 축구를 환골탈태시켰다는 점은 어쩌면 섬뜩함을 느낄 정도다. 즉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 선수들에게 없던 능력을 무슨 마술처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 스스로가 이런저런 구태와 관행에 얽매여 스스로 그런 능력들을 사장시켜왔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벤처기업의 기본은 무엇일까. 대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빠른 의사결정 속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정신, 인맥이나 로비보다 기술로 승부하는 자세, 전직원이 하나가 되는 주인의식 등이다. 한동안 너무도 귀에 익숙하던 이런 이야기들이 어느샌가 잊혀진 동안 우리는 기나긴 침체의 터널을 지나야만 했다.

따라서 우리 벤처기업들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말 그대로 벤처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한다면 히딩크 감독의 한국 축구처럼 우리에게도 세계 무대의 8강, 4강이 올라갈 수 없는 꿈은 아닐 것이다.

<김용화 이지씨앤씨 대표 kimyh@eg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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