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엔터테인먼트산업 육성

 ◆원철린 문화산업부장 crwon@etnews.co.kr

국내 엔터테인먼트산업에 새 장이 열렸다. 보름 사이에 국내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세계 시장으로 비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임권택 감독이 영화 ‘취화선‘으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또한 세계 4대 페스티벌 중 가장 큰 대회인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이성강 감독이 장편만화영화 ‘마리이야기‘로 장편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세계적인 빅이벤트 월드컵의 열기 때문에 이 같은 수상 소식이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국내 감독과 작품들이 수상한 일은 누가 뭐라 해도 국내 엔터테인먼트산업에 있어 놀라운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개인적인 영예도 영예지만 국내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총체적인 역량이 국제 무대에서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수상으로 더이상 국내 엔터테인먼트산업이 변방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구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경구로도 당당하게 세계 속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자신감마저 회복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수상 소식에 들떠서 안주할 수는 없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현재 국내 엔터테인먼트산업을 둘러싼 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아졌다. 우선 탄탄한 국내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점이다. 국내 영화도 잘만 만들면 200만∼300만명의 관객 동원이 어렵지 않게 됐다. 무엇보다 주5일제 근무 도입으로 인해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유망산업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그렇다 보니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자본이 집중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투자조합만 해도 수십개에 달한다. 물론 우수한 인력들도 몰려들고 있다. 선순환적인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조건이 좋다 보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너도 나도 뛰어들면서 거품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투기적인 산업이다 보니 어느 정도 거품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오히려 거품이 이 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보다 걱정스러운 일들이 한두 가지 아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진정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숱하게 많다. 영화산업은 어느 정도 국내 시장이 탄탄하지만 애니메이션 분야는 그렇지 않다.

 방학시즌에 국내에서 창작된 애니메이션이 걸리는 국내 극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미 외국 유명 애니메이션들이 국내 극장을 다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극장만 그런 게 아니다. TV도 마찬가지다. 국내 애니메이션은 아직도 국내 시장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아류작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다. 다행스럽게 올해 영화 ‘집으로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국내 영화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집으로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국내 영화산업은 조폭에 식상한 관객들로부터 외면받았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주 걱정스러운 일은 엔터테인먼트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파벌주의가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가 멀게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아우르는 각종 학회·단체가 생겨나고 있다. 인맥을 중심으로 판을 가르고 있다. 이래서야 싹이 트기 시작한 국내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민간도 민간이지만 정부가 판을 가르는 데 한몫하고 있다. 문화관광부와 정통부가 엔터테인먼트산업을 육성한답시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다. 경쟁이 있어야 자극을 받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의 이익에 치우쳐 똑같은 내용을 갖고 경쟁을 벌이면서 판을 가르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일부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우리 엔터테인먼트산업이 국제 무대에서 대접을 받고 있다. 더이상 개인 역량에 맡겨 둬서는 국내 엔터테인먼트산업이 국제 무대에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없다. 엔터테인먼트산업은 우리의 미래산업이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