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대선과 IT정책

 ◆서현진 E비즈니스 부장

 

 21세기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으뜸 요소로서 IT정책의 성패를 꼽는 것은 이제 별로 새삼스러운 일이 못된다. 우리나라만 해도 불과 몇 년 전까지 IT정책은 IT산업 육성정책이라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초고속망 보급률이 국력을 측정하는 바로미터가 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IT나 정보화에 대한 국가 경쟁력 의존도는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 정부가 출범 초기 국민들로부터 적지않은 호응을 얻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여러 가지 참신한 IT육성정책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DJ정부는 97년 대선 후보시절부터 ‘세계에서 컴퓨터를 제일 잘 다루는 국민’이라는 정보화 비전을 제시했고 출범 후에는 이를 ‘국민의 정부 100대 과제’를 통해 구체화했다.

 실제 ‘…100대 과제’ 속에는 무려 20여개의 과제가 정보화와 관련된 것이었을 만큼 DJ정부의 IT에 대한 관심은 컸다. 조심스런 진단이긴 하지만 오늘날 한국이 세계 최고의 초고속망 보급률을 자랑하게 된 것도 이런 DJ정부의 비전에 기인하는 바가 적지않았을 것이다.

 다가올 12월 대통령선거에서는 역대 어떤 선거보다 후보들의 IT에 대한 정견이나 공약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후보나 소속 정당이 IT정책과 정보화에 대해 어떤 생각과 구상을 갖고 있는지는 그래서 중요하다. 물론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IT에 관한 공약이 선거전략의 전면에 부상하거나 쟁점사항으로 대두된 적은 없었다. (없었다기보다 IT분야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미진했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5년 전과 상황이 다르다. 지난 5년 동안 인터넷인구는 160만명에서 2500만명,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700만명에서 3000만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불과 몇만에 불과하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800여만명에 이르렀고 PC 보급 대수는 3배가 늘어 1가구 평균 1.5대씩을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덧붙여 순수산업 차원에서 IT의 GDP에 대한 기여도의 증가는 두 말할 필요조차 없을 터이다. 한마디로 완전히 IT세상이 온 것이다.

 아직은 지방선거 시즌이고, 딴은 월드컵 열기에 파묻혀서일까? 각 후보들의 정치적 성향과 경제운용 방향, 그리고 사회 문화에 대한 시각들도 대부분 드러나고 있는데 반해, IT나 정보화에 대한 후보나 소속정당들의 식견과 의견은 어디를 찾아봐도 나오지를 않는다. 대선은 최소한 5년 동안의 국정을 책임질 차기 대통령을 뽑는 국사중의 국사이다. 그런데도 각 후보 캠프들이 이 분야에 대해서 너무 무심하거나 방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현재까지 차기정부가 수행해야 할 과제로 부상한 것들 가운데는 IT전문인력양성과 IT경기활성화 대책마련과 같은 산업 차원의 중장기적 이슈로부터 IT유관부처의 개편이나 국가CIO제도의 도입 등 정책적 결정이 요구되는 사안, 정보격차 해소와 IT관련법 조정 등 사회·문화적 관심사에 이르기 굵직굵직한 것들이 많다. 본지가 올 연초에 각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선정한 차기정부 10대 수행과제로는 이밖에 벤처기업육성, IT인프라 고도화, 전자정부구현, IT외교 활성화 등도 포함돼 있다.

 이제 대선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차기정부의 IT에 대한 의존도는 현정부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서 IT에 대한 정견발표는 당연한 일이며 IT 영향력에서 벗어나면 단 하루도 편히 지낼수 없게돼버린 유권자들을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유권자들 역시 후보의 정견을 냉철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만이 유권자의 권리와 의무를 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