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백신업체들이 국내 기업용 백신 시장 공략을 위해 토종 보안업체와 기술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만텍, 트렌드마이크로, 네트워크어소시에이츠 등 세계 3대 백신 업체들은 국내 보안업체와 기술협력을 골자로 하는 협력관계를 추진하고 있다.
외국 백신과 국내 보안제품을 통합해 하나의 보안솔루션을 만들고 공동으로 국내 기업용 보안솔루션 시장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기업용 백신 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해 나간다는 청사진이다. 이를 위해 외국 백신업체들의 임원들이 최근 잇따라 방한해 국내 보안업체와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만텍은 지난 주말 신임 북아시아 사장인 데이비드 사익스가 방한해 국내 보안업체들과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데이터게이트인터내셔널과 시만텍의 기업용 제품 일체에 대한 판매 및 기술협력을 맺기로 했으며 버추얼텍과는 시만텍의 백신 엔진을 통합한 그룹웨어를, 엑스큐어넷과는 네트워크 보안솔루션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네트워크어소시에이츠도 지난주말 크리스 볼린 제품개발 부사장이 방한해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최근의 바이러스 동향에 대한 세미나를 열고 모 보안업체와 기술협력을 협의했다. 이 회사는 2분기 내에 국내 보안업체 2곳과 기술협력을 맺을 계획이며 올해 안에 국내 기업용 백신 시장의 최대 20%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 앞서 트렌드마이크로의 CEO인 스티브 창은 지난 17일 방한해 정보보호산업협회 산하 8개 업체 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통합솔루션 개발 가능성에 대해 의사를 타진했다. 트렌드마이크로는 협력 여부에 따라 국내 시장은 물론 시장점유율 1위인 일본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와 협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외국 백신업체들과 국내 보안업체와의 협력 방향은 기술협력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맞춰져 있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 보안업체를 유통채널로 바라보던 시각과는 다른 것이다. 이는 보안솔루션의 특성상 사전 컨설팅과 설치, 교육 및 유지보수라는 기술적 3박자가 갖춰져야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객에 대해 직접적인 기술지원이 어려운 지사의 조직적 한계를 국내 보안업체들을 통해 극복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외국 백신업체들은 소프트웨어에 국한돼 있는 국내 백신업체와 달리 하드웨어 일체형 제품인 백신 어플라이언스를 2분기부터 출시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외국 백신업체들의 움직임에 대해 국내 백신업체들은 “기업용 백신 시장의 구도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반응이다. 이미 국내 백신업체의 기술력이 세계 수준에 올라있고 안철수연구소와 하우리의 코스닥 등록으로 자금사정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김철수 안철수연구소 부사장은 “가격에 민감한 국내 시장의 구매경향은 통합솔루션 구매보다는 개별 제품 구매가 일반적”이라며 “국산 기업용에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올해 안에 시장 판도가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석철 하우리 사장은 “국산 백신의 텃밭인 공공시장이 흔들리지 않고 있으며 향후 백신 어플라이언스 시장 확대에 대비해서 국내 어플라이언스 전문 업체와 이미 협력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외국 백신업체의 의도대로 시장이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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