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를 상류층 가정에 팔면 괜찮겠는데요.”
중동시장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KOTRA 두바이무역관의 임의수 관장이 게임전시회인 ‘TPEC 2002’에 참관하기 위해 방문한 국내 아케이드 게임업체 관계자들과의 저녁식사 도중에 한 말이다.
한국의 사고방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 말에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뜨악한 표정을 짓고 반문하기 바빴다. 아무리 이들 상류층이 돈이 많다고 해도 설마 오락실용으로 개발된 고가의 게임기를 직접 구입해 집에다 갖다 놓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설령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느냐는 게 업체 관계자들이 갖는 의문이었다.
이러한 질문에 임 관장은 이곳에서 지내보면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는 말로 대신했다. 이곳에서 이틀밤을 지내며 업체관계자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해답을 찾아냈다. 답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두바이의 날씨에 있었다. 4월인데도 한낮의 기온이 40도를 육박하면서 시내거리는 한산한 것이다. 아무리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이런 날씨에 게임장을 찾아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또 갑부라고 불리는 상류층이 왕성한 소비력을 보이고 있는 데다 인근 중동지역으로 넓힐 수 있는 교두보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러한 두바이 시장의 특성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게 게임전시회에 참가한 업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두바이무역관의 임 관장은 말은 우리의 안이한 인식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국내 아케이드 게임시장은 극도로 침체돼 있다. 따라서 우물안개구리처럼 국내시장에 안주하기보다는 눈을 해외로 돌려야 한다. 아직도 우리가 찾지 못한 시장이 도처에 열려 있을 듯싶다. 그리고 해외시장개척에 나서면서 예전같은 한국적인 사고방식으로 밀어 붙이기보다는 일단 현지사정을 파악한 후에 현지에 맞는 마케팅을 전개한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두바이(아랍에미리트)=문화산업부·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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