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하이닉스 매각을 바라보며

 ◆경종민 카이스트 전자전산학과 교수 kyung@ee.kaist.ac.kr

 하이닉스를 마이크론에 매각하는 문제에 대해 정부와 채권단, 소액주주 등 사회 각처에서 나오는 얘기들이 분분하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들은 각자의 특수한 입장이나 목적,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이루어질 수 있다.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지 골치아픈 문제를 성공적인 외자유치로 단기에 마무리하고 싶을 것이며, 채권단과 주주들은 어떻게 빌려준 돈이나 투자한 돈을 최대한 빨리 회수할 수 있는가가 최대의 관심사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하이닉스 처리문제를 다룸에 있어 간과해서는 안될 두가지 중요한 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반도체산업의 특성에 대한 것이다. 향후 적어도 50년은 실리콘반도체를 대체할 만한 정보기기 소자가 없을 것이다. 한때 화합물 반도체, 광소자, 바이오/유기물 소자 등에 의해 잠식 혹은 대체될 것으로 얘기되던 실리콘반도체 기술은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으며 소위 ‘무어의 법칙’을 따라 엄청난 속도의 발전을 이뤄 이제는 부동의 산업기술로 자리잡게 되었다. 세계시장 규모는 10년안에 수천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PC·인터넷의 부침에 관계없이 인류가 존속하는 한 사람은 정보를 다룰 것이며 정보를 처리, 저장, 전송하는 주력매체는 결국 실리콘반도체 기술이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중요한 기술, 산업분야에서 세계적인 위상과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은 국민의 자긍심면에서 엄청나게 큰 의미를 갖는다. 지난 20여년간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미래의 각광받을 핵심기술 분야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위치에 서게된 것의 의미를 철저히 새겨야 한다. 정작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는 자는 그 의미를 모를 수 있다. 잃고 나서 다시 그 것을 얻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며 깨닫는 사람은 실로 우매한 자다. 하이닉스를 팔아 설령 돈을 받으면 그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의 하이닉스가 추구하고 있는 반도체산업보다 더 좋은 투자대상인 산업이 있는가. 반도체기술의 발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PC 산업이 죽으면 메모리산업도 죽을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앞으로도 메모리는 반도체칩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앞으로도 반도체산업은 수많은 관련산업을 통해 나라전체에 공헌하며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갈 표본 산업이고 국가적 인프라이고 우리 국민들과 젊은 공학도들의 꿈나무다.

 둘째, 지금의 마이크론과의 MOU에 의하면 하이닉스를 팔아서 채권단도 별로 받을 것이 없고, 비메모리사업에 투자할 돈도 거의 안 남는다. 또 모든 특허권은 다 마이크론에 주면서도, 만약에 생길지 모르는 특허문제에 대한 보상을 5억달러까지 우리가 책임지며, 32억달러로 후려쳐진 인수액 중 15억달러를 우리은행이 최고의 조건으로 융자해준다는 굴욕적이면서도 실속도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이 일에 간여하려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소신을 가지고 전문가적 식견을 토대로 해야 WTO 등으로부터 기업활동을 둘러싼 국가 개입시비에서 떳떳하고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하이닉스문제는 독자생존이나 매각이나 모두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MOU의 헐값매각은 후회와 공허한 수치만을 우리에게 남겨줄 절망적 선택인 반면, 독자생존은(그 역시 어려움이 없지 않을 것이나) 우리가 반도체라는 산업분야에서 황무지로 출발하여 지난 20여년간 일구어오며 세계를 놀라게 한 의지와 실력과 각오로 한다면 이기고도 남는다고 본다.

 끝으로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그들은 틀림없이 우리나라를 위해, 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장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첨단설비투자를 통해 우리경제와 기술발전에 공헌하고 우리 기술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운영을 결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국가의 기술발전 기획이나 정부의 정책에 협조하거나 참여하고 공헌해야 할 이유가 그들에게는 전혀 없다. 지금은 한국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가를 냉철하게 짚어봐야 한다. 화려한 정책적 수사가 한국 반도체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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