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마켓플레이스 업계가 기로에 섰다. 올해로 서비스 개시 3년째를 맞고 있지만 일부 대형 e마켓을 제외하고는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켐라운드가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일부는 증자를 추진했지만 기존 주주사들로부터 외면받는 사례도 있었다. 특히 오프라인 기업이 자체 e프로큐어먼트 구축에 나서면서 사설형 e마켓은 부각되고 있는 반면 공개형 e마켓의 경우는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이같은 상황에서도 업계가 올 하반기를 경기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 전체 활성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3분기 이후 흑자 e마켓이 다수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국내 e마켓 업계가 처한 현실과 문제점, 향후 생존을 위한 전략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
‘사업환경이 사업초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103개 e마켓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e마켓의 평균거래량이 지난 2000년 70억5500만원에서 2001년 379억1070만원(추정치)으로 5배 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거래량은 늘었지만 사업환경은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인맥에 의한 거래, 거래정보의 폐쇄성 등 기존 오프라인 거래관행이 횡행해 거래중개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 정부의 조세감면정책도 말만 무성할 뿐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또 다른 산자부 조사자료에서 e마켓 활용기업은 14.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B2B 활용기업은 41.2%였지만 e마켓을 인지하는 기업은 31.4%, 실제 e마켓을 활용하는 기업은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14.7%에 그쳤다. 수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e마켓이 아직도 시장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상위 25%에 해당하는 e마켓의 거래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상위 25%의 거래량은 지난 2001년 952억3700만원 수준에 달하며, 이에 비해 나머지 e마켓의 거래량은 전체 1%에 못미치는 8억1720만원에 그친다. 결국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대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옥석가리기 절차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전체 산업관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거래수준이 미미한 중소형 e마켓의 경우 대부분 특정 산업에 기반을 둔 수직형 e마켓이란 점에서 산업별 e전이(transformation)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거래량이 크게 늘지 않음에 따라 일부 중소형 e마켓의 경우는 자본잠식 상태로 치닫고 있다. 11명의 직원을 둔 한 e마켓의 경우 지난해 거래량은 불과 2억원 수준이었다. 게다가 지난해는 수수료까지 받지 않았으니 결과적으로 거래중개로 인한 수입은 전무했다. 이 업체는 한달에 인건비를 포함해 3500만∼4500만원의 운영비를 지출하고 있다. 월 평균 4000만원 정도의 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연간 5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의 거래량추이로는 당분간 불가능한 얘기로 들린다.
이 회사 자본금은 현재 4억5000만원. 2000년 3월에 설립됐으니 결국 2년 동안 부가사업을 통해 확보한 수입을 제외하고는 계속 자본금을 잠식하고 있던 것이다. 이 e마켓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주주사들에 증자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하고, 지난 20일 겨우 다른 업체로부터 약 1억원 정도를 증자받아 위기를 모면했다.
물론 대부분의 e마켓이 이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거래량이 늘어난다 해도 수수료만으로는 기업경영이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e마켓이 지난해 거래중개보다는 구매대행으로 대부분 돌아섰으며 솔루션 개발 등 부가사업에 더욱 목을 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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