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시장이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다.
다른 소비지표들은 크게 호전되는 반면 PC시장은 예상과 달리 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국내 PC시장이 하반기 시장의 불투명성으로 지난해보다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돼 PC업체들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기대에 못미치는 1분기 실적=PC업체들이 자체 집계한 1분기 실적은 지난해 동기 대비 3000대에서 5만대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1분기 국내 PC시장 규모가 지난해 동기 대비 5만대 감소한 74만대로, 삼보컴퓨터는 3000대 줄어든 74만7000대로 집계했다. IDC코리아는 올해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와 비슷한 규모로 추정했다.
업체별로는 삼성전자·주연테크컴퓨터·컴팩코리아·세이퍼 등이 지난해 대비 성장세를 나타냈으며, 삼보컴퓨터·현주컴퓨터·현대멀티캡 등은 판매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국내 PC업체들은 최소 4%에서 많게는 15%의 성장률을 예상했으며 시장조사기관인 IDC코리아는 9.3%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산적한 악재=삼보 측은 1분기 국내 PC시장 감소 요인을 행망PC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든 데서 찾고 있다. 지난해 동기의 경우 행망PC 물량이 전년에서 이월돼 호조를 보였으나 올해는 1분기에 행망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노트북PC나 홈PC의 경우는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홈PC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것이 PC업체들의 고민이다.
IDC코리아의 오현녕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국내 PC시장의 성장세를 이끌어온 것은 홈PC 수요의 확대와 현주·주연테크 등 후발업체들의 공격적 가격정책 때문”이라며 “하지만 하반기 금리인상 조짐에 따른 소비자 부담 확대, 수익성 악화로 인한 후발업체들의 가격 드라이브 포기 등으로 홈PC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설문조사 방식으로 국내 홈PC시장을 집계하고 있는 베스트 사이트가 지난 2월 말 조사한 국내 PC시장 자료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의 PC 구매 의향은 상반기에는 5.7%로 비교적 탄탄한 데 반해 하반기에는 4%로 감소했다. 하반기에는 홈PC 구매가 더 줄어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환율도 변수다. 환율이 유가 불안에 따라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PC의 가격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국내 PC가격은 D램·LCD부품가 인상과 환율인상에 따라 지난 2월부터 일부 제품이 인상되는 등 PC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기업과 행망PC 수요가 변수=올해 국내 PC시장의 긍정적인 요소로는 지난 99년 Y2k문제로 구매한 기업PC의 교체 수요가 대거 발생한다는 점이다. 또 EVDO·무선랜 서비스 등 무선서비스 고도화에 따른 PC나 서버의 교체 수요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IDC코리아 측은 “올해 PC시장은 기업과 행망PC가 얼마나 수요를 이끌어주느냐에 달려 있다”며 “특히 PC업체들의 명암은 홈PC보다 기업시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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