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아젠다 u코리아 비전>제1부 제3공간의 등장(1)인류역사와 4대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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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발전의 수레바퀴는 몇 번이나 갈아 끼워졌을까. 그리고 미래는 어디를 향해 굴러가는 것일까.

 어려운 질문이지만 ‘공간’이라는 개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공간은 인간의 다양한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며, 물질과 정보흐름의 토대가 되는 보편적 자원이다. 공간은 기하학적이나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물질적이면서도 권력과 가치를 내포한다. 그래서 공간은 누구에게나 있어서 경쟁력의 원천이며 시간적 연속성과 공간적 동시성이 서로 공명하여 발전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한다. 공간은 실체로서 존재하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인류역사는 바로 이러한 공간 개척의 노력과 그 위에서 꽃 피운 공간혁명의 역사다. 아주 먼 과거에서 시작해 현재를 거쳐 미래로 이어지는 인류 역사의 가장 대표적인 4대 공간혁명을 꼽는다면 그것은 도시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 유비쿼터스혁명이 될 것이다. 이 네가지 공간혁명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초점은 그것이 물리공간에 관한 혁명이냐 전자공간에 관한 혁명이냐는 점과 두 공간간의 상호작용 관계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도시혁명은 인류의 활동 공간인 물리공간을 원시적 평면에서 도시적 방식으로 창조한 1차 공간혁명이고, 산업혁명은 도시공간을 중심으로 물리공간의 생산성을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고도화시킨 2차 공간혁명이다. 정보혁명은 인류의 활동기반으로서 물리공간이 아닌 인터넷과 같은 완전히 새롭고 보이지도 않는 전자공간을 창조한 3차 공간혁명이다. 그리고 유비쿼터스혁명은 물리공간에 전자공간을 연결해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을 하나로 통합, 공진화할 수 있게 하는 4차 공간혁명이라 할 수 있다.

 최초 공간혁명인 도시혁명의 진정한 의미는 식량수송과 같은 물질 흐름과 집회를 알리는 정보 흐름에서 존재하는 시간적인 제약을 극복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시간 제약을 극복하는데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공간을 축소하기 위해 도시를 건설했다. 축소된 땅에 다양한 기능이 집적된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광활한 자연에서 수백일 걸릴 일을 한 장소에서 며칠만에 끝낼 수 있는 엄청난 시간 단축을 가져왔다.

 도시혁명에 이은 산업혁명은 도시공간에 에너지와 기계들이 가세하며 시작됐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도시공간에는 새로운 기능들이 출현하고 도시간의 물자와 인구이동, 정보교류는 물론 과거에는 전혀 불가능했던 수요보다 더 많은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대량생산 체제도 갖추게 됐다. 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 발달의 봇물이 터지고 인간의 삶의 질은 물질적인 면에서 보다 윤택해졌으나 근본적으로 사람의 노동에 의존해야 하는 생산 체계는 수확체감의 법칙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정보혁명은 물리공간의 개념을 뛰어넘은 전자공간(cyber space)을 탄생시킨 탈공간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의 발명에 출발한 정보혁명은 전세계 컴퓨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www)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본격화됐다.

 정보혁명으로 만들어진 전자공간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과도 같은 것이다. 정보혁명은 땅 한 평 없어도 거대한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게 했고 전자공간의 가치를 무한대로 만들었다. 정보혁명으로 인해 인류 역사발전의 주무대는 물리공간에서 전자공간으로 옮겨지고 사회경제적인 관심과 패러다임들도 원자(atom)에서 비트(bits)로,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소유에서 접속으로 전환되고 있다. 정보혁명으로 시간제약이 없어진 전자공간에서 인류는 빛의 속도로 정보를 수발신할 수 있게 됐고 정보흐름에서도 시공을 초월하는 자유를 얻게 됐다.

 도시혁명과 비교할 때 정보혁명이 갖는 공간혁명적 의미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정보혁명은 도시공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축소되고, 거리와 시간까지 소멸된 컴퓨터 공간속에 도시보다 더 큰 공간과 더 다양한 기능을 집어넣었다. 시청, 도서관, 박물관, 교실, 학원, 백화점, 서점, 은행, 주식매장, 신문이 컴퓨터 공간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처럼 도시라는 물리공간에 존재하던 수많은 기능들이 무서운 속도로 컴퓨터(전자공간) 속에 빨려들어 가는 것을 보고 윌리암 미첼은 “정보혁명으로 등장한 비트가 공간혁명의 상징인 물리적 도시를 죽였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유비쿼터스혁명은 오히려 죽은 물리도시를 부활시키는 새로운 공간혁명이다.

 정보혁명은 전자공간을 창조하고 거기에다 전자 도서관과 쇼핑몰 등을 집어 넣음으로써 어느 정도 시공을 초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물리공간 속에 남아 컴퓨터 속으로 들어올 수 없는 대상들이 더 많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한 대상 속으로 인간이 직접 들어가기 전에는 그속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무엇이 잘못되고 있으며 어떠한 조치가 필요한지는 알 수 없다. 인터넷과 같은 전자공간에 접속하는 것도 때와 장소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항상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것도 거추장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유비쿼터스혁명의 선두 주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물질과 정보의 흐름을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구상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실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유비쿼터스혁명은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을 통합한 새로운 유비쿼터스 공간의 창조와 언제, 어디서나 제한없는 상호 접속(ubiquitous access)을 지향한다.

 유비쿼터스혁명은 정보혁명의 연장선상에 있으나 그 공간혁명의 발상은 정반대다. 그 차이를 한마디로 말하면 정보혁명은 물리공간을 컴퓨터 속에다 집어넣은 혁명이지만 유비쿼터스혁명은 물리공간에다 컴퓨터를 집어 넣는 혁명이다.

 유비쿼터스 공간에서는 물리적 환경과 사물들간에도 전자공간과 같이 정보가 흘러 다니며 마치 사람이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지능화되어 정보를 수·발신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활동을 수행한다. 유비쿼터스혁명은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한계를 동시에 극복하고 사람, 컴퓨터, 사물이 하나로 연결되어 기능적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최적화된 살아있는 공간(living space)으로 가는 마지막 공간혁명의 단계다.

 유비쿼터스 공간에서는 도로, 다리, 터널, 빌딩, 건물 벽과 천장, 화분, 냉장고, 컵, 구두, 종이 등 도시공간을 구성하는 수많은 환경과 대상물에 보이지 않는 컴퓨터가 심어지고, 전자공간에 연결돼 서로간에 정보를 주고받게 된다. 따라서 유비쿼터스 공간이 창조되면 물리공간과 전자공간간의 단절과 시간 지체가 사라지고 서로 공진화해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의 합리성과 생산성이 그 어느 때보다 고도화될 수 있다.

 유비쿼터스 공간혁명이 언제, 어느 정도 수준에서 실현될 것인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보혁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유비쿼터스라는 차세대 공간혁명의 이정표가 서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선두 주자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유비쿼터스 공간(제3공간)을 개척하기 위해 벌써 저만큼 앞서가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유비쿼터스혁명에서조차 뒤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전세계가 놀라는 한국의 초고속 정보화의 열풍도 한 순간의 백일몽으로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유비쿼터스혁명의 이정표를 제대로 보고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할 때다.

  <공동집필>

 하원규 ETRI·IT정보센터장 wgha@etri.re.kr

 김동환 중앙대·공공정책학부 교수sddhkim@cau.ac.kr

 최남희 청주과학대·행정전산학과 교수 drnhchoi@cjcnet.chongjunc.ac.kr

  

◆공간혁명의 전개 과정과 원동력

 차일드와 같은 도시사학자들은 인류역사 최초로 과거 사회와는 크게 다른 새로운 세계가 출현한 것을 도시혁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달한 슈메르라는 고대 도시국가의 역사는 기원전 33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운하와 시장까지 있었다. 이집트인들은 기원전 3000년경 피라미드를 건설하기 위해 계획도시 ‘카훈(Kahun)’을 건설하기도 했다.

 인간은 도시를 건설하면서부터 그 능력이 자연에 대한 도전, 정치와 전쟁 등 모든 방향에서 확대되는 시발점을 맞게 된다. 대규모 토목공사, 관료제의 출현, 상품이 교환되는 시장, 전문적인 직업의 발달 등 모든 것이 밀집된 도시공간에서 출발한 것이다. 따라서 도시혁명은 인류의 활동 공간인 물리공간을 원시적 평면에서 도시적 방식으로 창조한 1차 공간혁명이다.

 도시혁명에 이은 산업혁명은 도시공간을 중심으로 물리공간의 생산성을 고도화한 2차 공간혁명이다. 산업혁명 이후 자동차와 비행기가 등장해 공간에 따른 시간제약이 크게 축소되었으나 여전히 공간적인 거리의 한계가 해결되지는 못했다. 근본적으로 인간 노동에 의존해야 하는 생산은 수확체감의 법칙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더욱이 심각한 교통혼잡, 공해 등과 같은 산업 도시화의 부작용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정보혁명은 거리와 시간의 개념을 뛰어넘는 컴퓨터 공간 속에 도시보다도 더 큰 공간과 기능들을 집어넣었다. 그 결과, 우리의 아이들은 전자공간에서 루브르 박물관과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을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옮겨 다니며 구경할 수 있고 쇼핑몰을 여기 저기 돌아다니지 않고도 안방에서 편안하게 합리적인 쇼핑을 할 수 있게 됐다. 현대경제 활동의 간판격인 주식거래에서도 온라인 거래 비중이 전체 거래의 60%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인류 역사의 발전 과정에서 도시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 등과 같은 공간혁명을 불러일으킨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이 사회경제적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질과 정보의 흐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물질과 정보의 흐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뤄내느냐에 따라 하는 일의 성과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인류는 이 두 가지 흐름이 일어나는 공간(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을 끊임없이 개척, 확장, 압축, 이동, 연결, 지능화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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