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대덕IT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전자통신연구원이 후원하는 ‘제3회 대덕IT포럼’(회장 오길록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이 지난 2일 한국과학기술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기술 이전 설명회 및 캐피털과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국내외 벤처캐피털 및 회계법인, 대학교수, 지역 IT 포럼 관계자가 참석해 지방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에 따른 애로사항 및 효율적인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장종환 배재대 교수, 이구범 미래에셋증권 이사, 배인탁 인텔캐피탈 본부장, 고덕진 산은캐피탈 차장, 윤규섭 삼일회계법인 부장, 박찬준 ASP 이사, 이동익 스틱 IT벤처투자 상무, 김성수 벤처에셋 대표이사, 이종훈 제주시 산업진흥원 본부장(무순)
△사회=이기식 대덕IT포럼 부회장(전자통신연구원 전문 연구위원)
△장소=한국과학기술회관 대강당
◇사회(이기식 대덕IT포럼 부회장)=지난해 벤처 거품론이 일면서 투자 붐도 상당히 위축됐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벤처업계에서는 최근 1∼2년의 침체 시기가 쓰라린 시간을 좋은 시간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도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벤처 업체들의 자금난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대전과 대구, 제주 등 지방 벤처 업계가 겪고 있는 자금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장종환(배재대 교수)=대덕밸리내 배재대학교 창업지원센터에는 20개 기업이 입주해 있습니다. 지난 4년간 운영해 오면서 느꼈던 점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입주 업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2년간의 보육 기간을 거쳐 떠나는 업체는 망하든지, 성공하든지 둘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성공해서 떠나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창업 초창기에는 시장과 기술력을 같이 평가받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기술력은 기술신보나 평가 기관으로부터 평가받아 공신력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와 함께 초기부터 기술과 시장이 고려된 장기전의 계획을 세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용역과 기술개발을 동시에 하거나 기술개발에만 매달리는 업체가 있는데 용역을 하지 않으면서 기술력과 시장력을 같이 평가받는 기업이 2년 뒤에 성공해서 떠나는 경우 많다는 점을 주지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지역 벤처 업체들은 마케팅 및 투자, 거래처 등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공간 및 인력 재구성 문제도 풀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김성수(벤처에셋 대표이사)=지역 기업들이 겪게 되는 애로 사항은 어려운 현실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지방의 경제나 자치단체의 벤처 육성에도 한계점이 있다고 봅니다.
이는 자금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벤처 캐피털에 로비를 하는 업체 등은 집중적으로 자금을 유치하고 일방적이지 못한 편의 기업들은 소외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다수의 기업을 위한 다원화를 통해 극복해야 합니다.
지방 소재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게 되는 배경에는 서울과 수도권의 집중 현상으로 자금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또 지방 시민의 인식이나 편협된 사고도 문제입니다.
성공할 기업이면 왜 지방에 있는가, 서울로 가야 하지 않나라는 것이 일례입니다.
지방에 있는 기업들은 성장 단계보다는 보육 단계 업체들이 많습니다.
엔젤이나 투자업체들은 단기에 회수하려는 인식이 높아서 업체의 자금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매출, 담보, 신용이라는 필요 충분 조건을 맞추기 위해 투자 기관들의 서울 업체들에 대한 자금 지원이 편중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지방업체들은 기술 평가 받는 기회가 적을 뿐만 아니라 IR 교육 및 정보 교류의 기회가 적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이 존재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을 위해 지방에서도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나 기관, 정부 등이 직분에 맞는 역할을 할 때 지방 벤처기업이 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입니다.
◇이종훈(제주시 산업진흥원 본부장)=제주도도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주도에는 155개 벤처 기업이 있습니다. 이들 벤처기업 가운데 44.2%는 최고 애로 사항으로 자금 부족을 꼽고 있습니다.
우수 인력 부족도 큰 문제점입니다. 서울로 모든 인력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에서는 단위 지자체별로 산하기관을 통해서 돕는 것보다 지식전담 기구들이 연합, 협력체계를 구성해 우수 업체를 선별·육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단위 지자체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습니다.
특화 산업을 육성하자고 하는데 지자체별로 동시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지역에 있는 전담 기구들이 상호 중복되지 않도록 지역별로 특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사회=시각을 돌려 국내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해외 투자기관으로부터 효율적인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배인탁(인텔캐피탈 본부장)=해외를 통한 자금조달 방식에는 신주 발행을 통한 유상 증자가 가장 유리합니다.
보통 국내와 다른 점은 초기 업체에 투자할 경우 2∼3단계의 성장 단계까지 투자하는 경우가 관례적입니다. 이들 투자 기관은 거의 대부분이 우선주 투자가 관례화돼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와는 다른 광범위한 의미의 우선주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벤처캐피털과 업체, 인력이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일부 분산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보육시스템의 경우 지자체와 정부 부처별, 창업보육센터별로 각기 운영되고 있습니다. 자금 조달 체계도 각각 분산돼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과연 성공할 것인가 상당히 의구심이 듭니다.
벤처 커뮤니티는 큰 자산입니다.
한국에서는 상당히 소그룹화돼 있는 편입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배타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향후 오픈된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일본 IT 벤처의 전반적인 현황과 한·일간 벤처의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박찬준(ASP 이사)=자금 공급 측면에서 벤처캐피탈 역사가 한국보다 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투자 공급 경로가 상당히 다원화돼 있습니다.
일본 수출입을 통한 마진이 줄어들면서 일본 투자기관의 파이낸싱 기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속칭 고리대금업을 통한 파이낸싱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에도 불구하고 일본 투자 시장은 다양한 시장 경로 때문에 자금이 상당히 축적돼 있는 상태입니다.
대부분의 신흥 독립계 캐피털을 제외하고는 일본 투자 기관이 자금은 넘쳐 나는데 비해 투자처를 찾지 못해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에서는 기본적으로 벤처캐피털의 돈이 들어갈 경우 상장까지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자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자금 조달로 한국의 벤처 기업과는 상당히 다른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자금에 여유가 있다 보니 회사가 설립되기도 전에 자금 규모를 설정, 투자배수를 정하는 경우도 있다.
자금 조달면에서도 국내와 상당히 다릅니다.
대덕밸리 같은 경우 소액으로 자본을 모아 기술력으로 회사를 설립하는 데 비해 일본에서는 창업 초기 업체들이 시장성부터 체크한 다음에 마케팅 과정을 거쳐 해당 기업이든지 시장과의 사전 교율 하에 접근을 합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성장 단계에 있는 업체들의 투자 요청이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대덕밸리는 초창기 업체들이 많은데 캐피털 입장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자명합니다. 투자 회수가 빠른 성장 단계 업체에 투자하려고 하겠죠.
이같은 상황에서는 거꾸로 마케팅과 기술력이 뒷받침된다면 일본쪽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최근 국내에서는 벤처캐피털과 은행 등에서 나스닥 펀드를 공동으로 조성하고 있습니다. 나스닥 펀드의 목적과 운용계획, 국내 IT 벤처기업의 효율적인 활용 방안 등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이동익(스틱 IT벤처투자 상무)=올해가 ‘벤처 캐피털의 원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벤처기업들을 해외에 진출시키려는 정부 의지도 높습니다.
대만쪽에서는 우리나라로 자본이 들어 오는 경우가 많고, 싱가포르는 중기청과 공동 펀드 조성 및 센터 설립 등을 통해 우리나라 벤처기업 투자에 대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 진출해 있는 상사 등을 통한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을 경우 해외에서 성공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나스닥 펀드는 해외 진출 기업을 돕기 위한 취지에서 비롯됐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나스닥에 진출한 업체는 두루넷뿐입니다.
일부에서는 실패했다고 보지만 나스닥까지 갔다는 과정을 볼 때 상당한 성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스라엘은 123개 업체가 나스닥에 상장돼 있습니다.
이는 기업을 패키지할 수 있는 능력과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 밸류에이션할 수 있는 능력 등이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국내 코스닥 등록 기업이 730개인 반면 나스닥 상장 기업은 4300개에 달합니다.
시가 평균 측면에서도 코스닥 상장 기업당 700억원인 반면 나스닥 상장 기업은 무려 8600억원에 달합니다.
그만큼 나스닥 진출 업체에 대한 메리트는 상당합니다.
이번 나스닥 펀드 조성은 처음 시도일 수 있지만 여러가지 모자라는 점을 극복해서 궁극적으로 나스닥까지 진출시키자는 의도에서 비롯됐습니다.
처음에는 5000만달러를 생각했지만 여러 기관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1억달러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캐피털리스트로서 한국 기업 심사를 하다보면 벤처인지, 중소기업인지 근본을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대부분 벤처기업이 대기업 하청 업체인 경우가 많습니다.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는 드뭅니다.
외국계 캐피털의 투자 업체 선별 기준을 보면 새로운 원천 기술, 현재의 기술을 뒤엎을 수 있는 업체를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결코 비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외국 캐피털로부터 일단 투자가 이뤄지면 시장에서 엄청난 시선을 끌게 되고 나스닥 사장의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M&A도 긍정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무작정 상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대기업에 자연스럽게 흡수됨으로써 인정을 받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덕진(산은캐피탈 차장)=나스닥 펀드는 1억달러로 조성이 됩니다. 3자가 공동 운영하는 펀드로 산은과 스틱 IT벤처투자, 미국 투자업체 등이 참여합니다.
이 펀드의 주요 취지는 글로벌 마켓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미 벤처 성장을 위한 하드웨어는 정부의 해외 IT 센터 등으로 구축이 된 상태입니다.
이를 뒷받침할 소프트웨어의 가장 큰 관건은 자금이고, 현지 네트워크를 확보하자는 측면에서 나스닥 펀드를 조성하게 됐습니다.
이 펀드의 장점은 정말로 뛰어난 기술이라면 한 업체에 양산 시설을 200억원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사회를 통한 의사 결정과 투명한 경영 관리, 뛰어난 기술력으로 승부한다면 나스닥 진입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사회=최근 강화된 코스닥 등록 요건 및 절차에 따라 벤처기업들이 성공적으로 IPO를 수행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윤규섭(삼일회계법인 부장)=지난해 코스닥 등록에 따른 질적 심사 기준이 강화됐습니다. 5개 기준을 통해 업체의 질적 심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기술성과 시장성 측면에서 본다면 단기적으로 회사가 쉽게 통제할 수 있는 요건은 못 됩니다.
하지만 재무상태와 수익성, 경영성 등 3개 기준에 충실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시스템적으로 구조화한다면 인력 조직력 강화 측면에까지 연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회계는 외부에 맡겨서는 안됩니다. 회사의 전부를 보여주는 자료인 만큼 외부에 쉽게 노출시켜서는 안됩니다.
기업내부의 통제하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담당자를 뽑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CFO를 둬야 합니다.
그리고 퇴근 전이라도 CEO가 자금 일보에 사인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영자가 회계에 관심을 갖고 주목해야만이 회사의 경영 상태를 투명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계는 회사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단순한 결산, 세무 회계로 볼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정보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결집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월차 결산 제도를 체계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리=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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