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샤오반`에서 배우자

◆구해우 SK텔레콤 상무

 

 최근 남북경협 동향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남한에서 IT분야 벤처기업들이 남북경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고 북한도 어떤 경협 분야보다도 IT분야의 경협에 대해 적극적이라는 사실이다. 이같은 흐름이 지속성을 가지고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특성과 조건, 고민 등을 이해하고 현실가능한 방안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IT분야의 남북경협은 중장기적인 차원의 경협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중장기적 전략에서 고려할 수 있는 것이 중국의 샤오반(校瓣) 기업의 사례다. 중국이 개혁·개방 과정에서 시장경제 수용모델로 성공시킨 샤오반 기업이란 대학이 투자해 설립한 집체기업인데, 집체기업이란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사유경제가 정식으로 허가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정부나 학교 같은 비영리 사업단위가 설립한 기업들을 지칭한다. 따라서 집체기업의 소유권은 국유기업과 비슷한 공유제지만 기업경영은 국가재정과 계획에 의해 운영되는 국유기업과 달리 시장기제에 의해 운영되는 사유제 기업과 유사한 성격을 가졌다.

 이러한 샤오반 기업의 대표적인 것들로는 베이징대 중심의 베이다팡정, 칭화대 중심의 칭화둥팡, 칭화쯔광, 그리고 둥베이대 중심의 둥롼집단과 같은 대규모 기업들을 들 수 있다. 이들 기업은 이미 학교통제를 벗어나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거대 기업집단으로 발전했다. 이들 샤오반 기업은 사적 자본이 대학교의 장점을 흡수하기 위한 대표적 조인트벤처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의 현황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베이징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베이다팡정은 99년 기준으로 매출총액 10억1800만달러, 순이익 1710만달러의 성과를 냈고 칭화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칭화둥팡은 99년 기준으로 매출총액 2억달러 순이익 1940만달러 등이다.

 그리고 샤오반 기업 중 IT분야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는 둥베이지방의 중심대학인 둥베이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둥롼집단을 들 수 있다. 둥롼집단은 지난 91년 선양에서 기술자 3명, PC 3대, 자본금 3만위안으로 설립됐다. 그러나 2000년에는 매출액 11억5400만위안(1억3900만달러), 순이익 1억8000만위안(2170만달러), 임직원수 3730명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현재 중국 최고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군림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확산에 대응하여 솔루션 중심의 IT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경제회생과 발전을 위해서 불완전하게나마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는데 가장 큰 장애요인이 개혁·개방으로 인한 체제동요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우려다. 따라서 IT분야의 남북경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북한이 시장경제를 점진적·단계적으로 수용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방향에서 가장 유력하게 추진해 볼 수 있는 것이 샤오반 기업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IT분야 남북경협을 추진하는 남한기업들이 김일성대, 김책공대 등과 합작을 통해 북한에서도 샤오반 기업 형태의 조인트 벤처를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북한의 시장경제 수용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북한의 최우수 인재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들 인재는 자본주의 시장에 내놓을 상품을 개발하는 능력은 아직 준비가 덜 되어 있지만 기초과학에 대한 지식 수준이 대단히 높아 개발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향후 북한 정보통신산업, 나아가 북한경제 전체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것이기 때문에 남북 공동 합작사업은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남북합작의 새로운 경협 모델이 성공해 나가고 민관협력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는 북한의 통신 인프라 구축사업이 성사된다면 한반도는 21세기 정보강국으로 발전하고 새로운 동북아 중심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는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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