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경영자의 경쟁력

 ◆차동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tchadw@kgsm.kaist.ac.kr

 

 실험용 학술 데이터망으로 출발한 인터넷은 주로 전문가 집단에서 정보교류의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으나, 80년대 말 등장한 웹으로 이용이 확산되면서 급격히 대중화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는 광대역 통신기술과 이동통신기술이 인터넷과 접목하면서 인터넷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물과 공기처럼 필수 환경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인터넷이 불과 한 세대 남짓한 기간에 두어 세기에 걸친 산업혁명보다도 더 큰 삶의 변화를 이미 가져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현재 급변하는 인터넷환경에 잘 적응해 ‘인터넷 강국’으로 불리며 지구촌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단순히 인터넷 사용 인구수에서 뿐 아니라 초고속회선이나 무선을 통한 인터넷접속 비중에서도 여타 국가보다 월등하다.

 이에 더해 미래 인터넷 환경에 가까운 삶의 형태와 문화도 부분적으로 보이고 있어 인터넷 신기술 및 서비스의 대규모 실험장으로 인정되고 있다. 한국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신기술과 서비스는 곧이어 인터넷화할 세계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셈이다. 세계적인 정보통신 분야 대기업이 연이어 국내의 대기업은 물론 벤처기업과 손잡고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적으로 유일한 이런 실험마당을 갖춘 한국이 단순한 인터넷 신기술의 경연장이 아닌, 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걸쳐 펼쳐지고 있는 새로운 질서(패러다임)에 맞춰 모든 체계를 정비한다면 그야말로 인터넷 강국 정도가 아닌 세계에 우뚝선 신흥강국으로의 부상도 가능할 것이다. 기업경영의 관점에서 이는 무한량의 각종 정보가 시공간의 제약없이 제공되는 인터넷 환경에로의 진화과정에 발맞춰 기업의 비전과 구조, 경영전략을 수행함으로써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함을 뜻한다. 초대형 입자가속기나 천체 망원경이 있는 대학, 연구소에서 획기적인 이론의 규명이나 발견이 가능하듯이 인터넷 실험장이 있는 곳에서 미래의 초일류 기업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실험장을 십분 활용, 기업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경영환경 변화를 꿰뚫어 보는 혜안과 이를 뒷받침하는 역량이 필수적이다. 엄청난 기술개발에 따라 봇물처럼 쏟아지는 새로운 서비스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정보통신 기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때 인구의 반이 사용했던 무선호출기가 얼마나 빨리 우리 곁을 떠났는지 보라. 2세대 3세대 이동 인터넷 서비스의 전개에 따라 사용하던 휴대폰이 얼마나 빨리 고물화되었나. 불과 2∼3년 전 선보이기 시작한 PDA나 블루투스 등의 제품들이 쉽게 눈에 뜨일 정도로 이미 보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광속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세우지 못하면 아무리 큰 기업이라 해도 온전할 수 없다. 변화의 폭이 클수록 기업의 명운 더 나아가 사활까지도 최고경영자에게 달려있다. 이들은 기술의 발전 추이를 철저히 파악하고 시장의 반응을 예측한 후 사업전략을 세워야 하는 기술·경제·경영의 분야에 걸친 전천후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IT분야를 이끌어 가는 HP의 여성 CEO인 피오리나,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맥닐리 회장의 강연을 들어보면 기술분야에서도 상당한 전문가 수준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대학재학시 전공은 의외로 철학과 경제학이니, 이는 부단한 자기개발의 결과인 셈이다. 이에 비해 약간의 예외는 있지만 국내 기업의 임원들은 젊었을 때의 학문적 배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정보통신 기업의 임원이 어떻게 금새 일상화되는 PDA, 블루투스, VDSL, VoIP와 같은 용어의 의미를 제대로 모른 채 기업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단 말인가.

 그동안은 꾸준한 자기계발의 마음이 있었어도 이를 담당할 교육프로그램이 국내에 없었다. 기술과 경영의 접목을 표방한 경영자과정은 여럿 있어 왔으나. 이제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컴퓨터와 인터넷기술을 강조하는 최고경영자 대상의 정보통신 특화 과정까지도 등장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전문화된 단기교육과정을 통해 역량을 키운 우리 기업인의 지휘아래 많은 기업들이 세계 유일의 인터넷 실험마당을 통해 검증된 기업의 경쟁력으로 세계를 누빌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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