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닷커머라면 그들처럼

 ◆서현진 인터넷부장

 세계 3대 닷컴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야후, 아마존, e베이가 꼽힌다. 이 모델들은 ‘3대’라는 수식어 이전에 닷컴 비즈니스 모델의 원조이기도 하다. 수십만 개로 추산되는 전세계 닷컴 모델은 결국 이 세개 가운데 하나에 근거를 두고 있다. 대부분이 검색 포털이거나 전자상거래(쇼핑몰) 또는 경매 모델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나머지는 거개가 곁가지이거나 어쩌다 받은 충격으로 솟아 오른 혹 같은 것들이다.

 닷컴 붐이 치솟을 때 원조3인방은 닷커머들의 옹골찬 꿈의 상징이었다. 주식시장에서는 한국이든 일본이든 미국이든 간에 원조3인방의 일거수일투족에 주기적으로 일희일비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영향력은 지난 분기 실적들이 줄줄이 발표되는 요즘에도 계속되고 있다. ‘아마존 효과’나 ‘e베이 펀치’ 같은 것이 여전히 닷컴 주식시세를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엊그제 아마존이 분기별 사상 첫 흑자를 달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무섭게 인터넷 쇼핑몰과 경매분야 주식이 정말 고무줄처럼 튀어 올랐다. e베이의 실적발표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주식 투자자들의 단장취의(斷章取義)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닷컴 비즈니스의 흐름에 3인방의 영향이 그만큼 지대함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 반대의 해석도 있다. 3인방과의 동조현상은 닷컴 비즈니스의 미래가 아직도 전전반측(輾轉反側)의 불안한 자세로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져 보자면 요즘 원조3인방의 비즈니스는 원래의 모델만을 고수하는 곳이 하나도 없다. 야후는 쇼핑몰과 경매에 뛰어들었고 아마존과 e베이는 검색이나 포털에 뛰어든 식이다. 독자모델만을 고수하기에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다거나 네티즌의 취향이 다기해졌다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 한국에서도 주식시장 용어로서 닷컴3인방이라는 게 있었다. 닷커머와 투자자들에 대한 영향력도 원조3인방 못지 않았다. 그러나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원조3인방과 큰 차이가 있다. 셋 가운데 하나는 야후 모델을 따른 것이었지만 둘은 e베이나 아마존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한국의 3인방이 원조3인방과 똑같은 구색을 갖추란 법은 없다.

 3인방 가운데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야후 모델을 따른 닷컴 한곳뿐이다. 나머지 두 닷컴은 사실 처음부터 대내외에 내세울 수 있을 만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다. 이것이 들통난 탓인지 두 닷컴은 지난해 CEO의 교체와 수익모델 부재란 수모를 겪으며 홍역을 치렀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제 그들을 3인 방이라 부르지 않는다. 매출과 이익창출 구조에서 보자면 나머지 두 닷컴은 사실 소프트웨어 회사이거나 모뎀 같은 통신장비를 파는 회사가 더 잘 어울린다. 한마디로 무늬만 닷컴이었던 셈이다. 다만 닷컴비즈니스를 내세운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홀딩컴퍼니 역할을 한 것이 과대포장된 것뿐이었다.

  이런 와중에 우리를 새삼 놀라게 하는 것은 미국의 원조3인방이다. 거품자체가 세계적인 추세였으므로 홍역을 치르기는 마찬가지였겠지만 원조3인방은 최근 경기회복의 징조와 함께 약속이나 한듯 완전히 재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은 네티즌들이 원조3인방의 끈기를 믿어 의심치 않은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려웠을 때 아무리 야후가 경매나 쇼핑몰에 뛰어들었다 해도 그 본류는 검색포털이다. e베이가 포털이나 쇼핑몰에 뛰어든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터다. 두번째는 인터넷기술의 발전방향과 네티즌들의 성향을 꿰뚫으며 기존 모델의 업그레이드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이는 곧 그들이 자신의 모델에 그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닷커머들은 한국의 두 닷컴이 3인방에서 탈락한 이유와 원조3인방이 여전히 건재한 이유를 깊이 새겨볼 일이다. 앞으로도 계속 닷컴비즈니스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겠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