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을 내세워 목소리를 드높이며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던 대덕밸리가 요즘 조용하다.
‘수십배의 펀딩’을 받기 어렵다고 툴툴대던 불만의 목소리는 어디론지 자취를 감췄고 경영과 제품개발을 분리하려는 CEO들이 늘어가고 있다.
모든 것을 연구원 출신의 CEO가 틀어쥐고 ‘뭐든 내 뜻대로-내 맘대로’이던 회사 경영방침도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윈윈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이른 바 기술력은 기업을 하기 위한 필수적인 구성 요소일 뿐이지 기업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시장원리를 통해 배우며 깨우쳐 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 벤처 캐피털리스트를 중심으로 여전히 대덕밸리 벤처기업에 대한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은 아직도 철이 들지 않았습니다.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케팅과 세일이 이루어져야 하는 데 그 점을 요즘에 들어서야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수년간 대덕밸리를 지켜본 어느 캐피털 지점장의 다소 비관적인 시각이다. 다른 캐피털리스트는 더 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기도 한다.
“시장이 알아주지 않는 기술은 기술로서의 가치가 없습니다. 매출이 없으면 대출도 해줄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대덕밸리에 매출성과가 작은 것은 어딘가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벤처기업들의 자금대출과 펀딩에 매출성과의 비중이 가장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시장의 반응이 객관적인 평가의 잣대가 될 수밖에 없고 매출전표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덕밸리 기업들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매출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요즘은 특히나 자금 구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대덕밸리는 한참 커가는 어린 나무다. 맘에 안든다고 이리 저리 뽑아 옮겨 심는다면 이제 커나가는 어린 나무들은 스스로 말라 죽고 말 것은 자명한 일이다.
대덕밸리 벤처기업에는 성장성이 담보된 기술력이라는 자존심이 있다. 기존의 시장 장벽이 아무리 높아도 값싸고 질좋은 제품을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다. 글로벌시대의 국제경쟁에 견디지 못하면 언젠가는 외국기업에 무너지게 되어 있다.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은 지금 정중동(靜中動)이다. 숨고르기를 하느라 조용하지만 웅비의 날개를 활짝 펼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기술개발에 열중이다.
◆<대전=과학기술부·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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