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중소업체에 불과한 캔두가 과연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사업을 운영할 만한 자격이 있는가. 요즘 LCD 업계 관계자들이 하는 말이다. 캔두는 지난해 9월 하이닉스반도체와 6억5000만달러에 하이디스(옛 하이닉스반도체 TFT LCD 부문)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금확보에 총력을 다하던 하이닉스는 예상보다 빠른 계약체결에 기뻐했다. 특히 캔두가 무차입 경영을 선언했기 때문에 하이디스 직원들도 안정적인 새 출발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 하이닉스의 통장에는 1000만달러만 입금돼 있다. 지난해 11월 말까지 1차분 4억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겠다던 캔두는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었고 급기야 국내 은행들에 손을 벌려 2억달러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신청했다. 7500만달러는 어음으로 지급하겠다고 한다. ‘거져 먹으려 한다’는 불만이 속출했다. 지급 일정도 계속 연기되고 있다. 인수가 완료되더라도 하이디스는 빚을 안고 출발해야 한다. 게다가 캔두는 최근 중화영관(CPT)과 생산·판매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하이디스는 앞으로의 제품 공급 방향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에 답변할 말이 없다. 캔두가 하이디스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제휴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최종인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하이닉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캔두가 이미 지급약속을 두번이나 어겼기 때문에 협상의 ‘이니시어티브’는 오히려 하이닉스가 잡고 있다. 또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하이디스의 미래가치는 지난해 계약 체결 당시보다 월등히 높아졌으며 실제로 캔두가 떨어져 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업체들도 있다.
물론 진행중인 계약을 파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하이닉스에게 ‘돈’은 초를 다투는 문제이기 때문에 새로운 협상대상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약속도 지키지 못 하는 캔두에 끌려다니기보다는 좀더 당당한 태도로 분위기를 유리하게 끌고 갈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하이디스와 과거 삼성전자 반도체 페어차일드 매각건을 두고 헐값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하이닉스의 메모리 분야 매각이 초미의 관심사인 요즘, 캔두에까지 끌려다니는(?) 모습은 영 개운치 않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ET시론]AI 인프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해자(垓子)를 쌓아라
-
3
[기고] 딥시크의 경고…혁신·생태계·인재 부족한 韓
-
4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5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6
[ET단상]국가경쟁력 혁신, 대학연구소 활성화에 달려있다
-
7
[콘텐츠칼럼]게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수립 및 지원 방안
-
8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9
[디지털문서 인사이트] 문서기반 데이터는 인공지능 시대의 마중물
-
10
[여호영의 시대정신] 〈31〉자영업자는 왜 살아남기 힘든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