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MC(대표 정형문)와 한국델(대표 스티브 노먼)이 미드레인지급 스토리지 사업협력을 위한 조율에 들어가 결과가 주목된다.
두 회사는 지난 10월 본사 차원에서 맺어진 제휴안을 실행하기 위해 최근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간 상태다.
제휴안은 델이 향후 5년간 EMC의 미드레인지급 스토리지시스템인 ‘클라리온(국내 공급명 클라릭스) FC5300/FC4500/FC4700/IP4700’ 제품에 공동 브랜드를 부착해 판매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FC5300과 FC4500의 영업은 델이 전담하며 EMC는 FC4700과 IP4700 제품을 대기업 및 글로벌기업 시장에 한해서만 판매하는 것이다.
당시 두 회사는 미드레인지급 스토리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컴팩컴퓨터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취했으며 이에 따라 두 회사의 국내 지사들도 협력사업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달 말부터 각사의 채널 및 마케팅 담당임원들이 협의를 벌이고 있으며 지난 21일에는 델의 아태지역 부사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 한국EMC 정형문 사장과 면담을 가졌다.
하지만 공동사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아 의견조율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클라리온 제품군의 영업을 맡고 있는 한국EMC의 30여 채널사들의 향후 영업 문제다.
본사의 제휴안에 따르면 국내 30여 협력사들은 FC5300/FC4500은 일절 영업을 못하며 FC4700/IP4700은 대기업과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을 대상으로만 영업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채널사들의 반발이 불보듯 뻔해 가장 처리하기 곤란한 부분이다. 특히 한국델이 본사 특유의 직접판매 방식을 국내에서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채널사의 설 자리가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국EMC 관계자는 “제휴안은 미국 EMC 본사가 직접판매 방식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한국EMC는 본사와 달리 간접판매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즉, 미국 시장과 환경이 다른 만큼 국내 지사끼리의 협의를 통해 해결안을 모색하겠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한국델의 영업방식. 한국델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 IT기업 중 유일하게 직접판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델의 판매방식이 아직은 국내에서 확실하게 자리잡지 않았고 한국델이 스토리지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낮은 점을 들어 클라리온 판매가 한국델 중심으로 이뤄질 경우 한국EMC에 비해서는 매출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한국델이 자사의 직접판매 방식을 클라리온에 대해서도 고수할 것인가도 주목의 대상이다.
이에 대해 한국델 관계자는 “본사 차원의 판매방식이 바뀔 가능성은 적다”면서 “스토리지 영업조직을 확대하고 지원을 강화할 경우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는 미드레인지급 시장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두 회사는 당분간 세부 사항 조정을 위한 논의를 거친 후 다음달 안에 구체적인 사업안을 확정,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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