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연금의 `조삼모사`

 “중국 송나라때 저공(猪公)이 기르는 원숭이가 된 기분입니다.”

 지난 7월부터 갈피를 못잡고 헤매고 있는 국민연금의 벤처펀드 출자 계획에 휘둘리고 있는 벤처캐피털들이 마치 ‘조삼모사’라는 고사에 나오는 원숭이 꼴이 됐다며 던지는 자조석인 한마디다.

 국민연금의 벤처투자조합 출자는 국민연기금운영법이 개정되면서 지난 7월부터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도 지난 7월 벤처투자조합 업무집행조합원 선정을 마무리하고 9월까지는 펀드 결성을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말이 다 되도록 아직까지 국민연금측에서는 투자조합에 대한 기준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결성시기도 10월, 11월, 12월로 몇차례 연기한데 이어 출자 비율도 70%에서 50%이하로까지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 출자비율 방침마저도 50% 또는 30% 이하를 놓고 아침 저녁으로 바뀐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10월 중 조합결성 계획에 따라 올상반기부터 연기금 펀드를 준비하고 있지만 인사이동 등 내부사정과 준비소홀을 이유로 국민연금측에서는 아직까지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다”며 “수십여 벤처캐피털들이 헛고생만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에서 조성할 투자조합에 대한 출자금을 확보하고 있던 중기청도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차일피일 미루는 국민연금의 투자조합 출자를 기다리던 중기청은 170억원의 국민연금펀드 출자용 예산을 다른 조합에 출자키로 했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국민연금 펀드 결성은 내년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연말까지 국민연금이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업무집행조합원 모집에 들어갔을 경우에 한해서다.

 국민연금이 운용하고 있는 수십조원에 비할 때 벤처투자조합에 출자키로 한 1000억원은 자칫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벤처투자조합 출자는 장기·안정적인 자금의 벤처투자시장 유입이라는 측면에서 단순히 1000억원이라는 금전적인 가치를 넘어선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벤처캐피털들은 물론 중기청까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벤처캐피털 입장에서는 회사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고 중기청으로서는 다른 연기금의 유입을 유도 안정적인 벤처기업 육성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측이 벤처캐피털업계가 왜, 국민연금 출자를 애타게 기다리는지 한번쯤 다시 생각해주길 기대해 본다.

 <증권금융부·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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