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벤처기업과 신용평가

◆윤창현 한국기업평가(주) 대표 chyoon@kmcc.com

 

최근 벤처기업이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을 늘려감에 따라 신용평가에 대한 이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용평가란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이 당초 약정한 대로 원리금을 상환할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과는 관점이 다르다.

기업가치를 미래 유입되는 기대 현금흐름(cash flow)의 현재가치라고 정의할 때, 기대 현금흐름이 많은 기업의 신용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신용평가는 부채제공자 즉 채권자의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기업의 현금흐름이 부채를 상환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면 되는 것이지 그 이상 충분한 것에 대해서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또한 채권자는 기업의 기대 현금흐름이 다소 적게 예상되더라도 안정적인 것을 선호하지 변동이 심한 것은 싫어한다. 그러므로 주로 주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업 가치평가와 채권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신용평가는 차이가 있다.

 또한 신용평가는 주식시장에서 좋은 기업을 추천하는 투자자문 행위와 구별되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는 기업은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이지만 신용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기업의 기업가치가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항간에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의 주식이 좋은 주식이라고 추천하는 것은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개념상의 혼란이 벤처기업의 경우 더 심하게 나타난다. 벤처기업의 가치는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사업성 등에 의해 좌우되지만 벤처기업의 신용등급은 부채상환 능력에 대한 평가이므로 그 고려 요소의 중요도가 달라진다. 따라서 향후 성장성보다는 현재의 자산건전성을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 신용평가이기 때문에 벤처기업의 신용등급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기대치보다 낮을 수 있다.

 벤처기업의 신용평가는 궁극적으로 미래 현금흐름의 창출력과 그 안정성을 전망하는 것으로 귀결되지만 벤처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기준이 달라야 한다는 주장은 기존 기업에 비해 다른 목적의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벤처기업의 특성에 따라 평가요소의 선정이나 가중치를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은 현재 가진 자산이 대부분 기술과 같은 무형자산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형자산의 경우 이의 시장가치를 찾는 것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향후 현금흐름 관점에서 평가를 해야 한다. 특히 기술과 같은 것은 대단히 전문적인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상용화를 통한 시장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벤처기업의 신용평가시에는 비계량적인 평가기준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참고할 만한 과거의 계량적인 자료가 부족해 이에 대한 증거를 현재의 비계량적인 요소로부터 접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영자의 경영능력과 경영시스템 그리고 수익모형(business model) 등이 주의를 기울여 평가해야 할 요소들이다.

 투자자들은 벤처기업은 모험기업이라는 말 그대로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따라서 높은 수익에 걸맞은 높은 위험까지도 부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따라서 벤처기업이 신용등급마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기대로 생각되며 수익에 상응하는 위험을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자세를 가질 때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은 더욱 수월해질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채권발행시 투자자들의 신용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혼성채권(hybrid bond), 즉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발행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한편으로는 신용위험을 줄일 수 있는 신용보강 방안으로서 사채 특약조항(bond covenants)이나 신용파생상품의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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