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업계에서 올해는 ‘소송 만능주의’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던 한해였다. 인간사 분쟁을 해결하는, 그나마 합리적인 방법이 법에 호소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올해 IT업계는 지나치게 소송이 넘쳐났다.
제소대상도 인텔·마이크로소프트(MS)·AOL 등 거대기업에서부터 소규모기업까지 스펙트럼의 폭이 넓었고 소송을 제기한 측도 대기업에서 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소송사유도 특허침해, 계약불이행, 과대광고, 경영권·사업권 분쟁, 로열티 도용, 근거없는 비난 등으로 천차만별이었다.
IT업계 관계자들은 법정으로 불려가기 바빴고 특히 인터넷분야에서는 P2P 등 콘텐츠 전송과 관련한 신기술이 부상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업체간 갈등이 증폭돼 말 그대로 소송으로 시작해 소송으로 마감했다.
인터넷업계에서는 “종사자들이 가장 많이 얼굴을 마주친 곳은 전시장이나 제품발표회장이 아닌 법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돌 정도. 또 “최근의 인터넷업계 상황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사람은 변호사”라는 말도 나왔다.
올해 세계 인터넷업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끈 소송으로는 온라인 파일교환업체 냅스터와 오프라인 음반·영상업체들간 분쟁을 들 수 있다.
기존 환경에서 복제는 비용이 상당히 들거나 복제물의 음질이 원본보다 좋지 못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디지털화가 진행돼 MP3 등 고급 디지털 음악복제 기술이 선보이고 특히 P2P의 등장으로 전송기술까지 합쳐지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냅스터는 인터넷 신기술 발전 및 변화하는 소비자 욕구의 정점에 서있었고 따라서 저작권 문제와 관련, 오프라인 음반·영상업체들의 타깃이 됐다.
결과는 냅스터의 패배였다. 냅스터는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항소법원으로부터 불법파일의 유통을 차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승리를 확신한 오프라인 영상·음반업계는 냅스터 대체업체(그누텔라·에임스터·뮤직시티·카자·패스트랙·그록스터 등 P2P업체)들에 소송의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인터넷분야에 대한 소송에 대해 “과도기를 지나 정착기에 접어들었다는 징조”라고 분석한다. 닷컴 침체가 종사자들을 예민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겠지만 이제는 자신의 기술이라든지, 시장상황을 돌아 볼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소송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반도체분야 역시 인터넷분야 못지 않은 소송에 시달렸다. 반도체분야는 업체간 경쟁양상을 연출했다. 사상 최악의 불황에 휩싸인 반도체업체들이 생존투쟁에 들어가면서 업체간 갈등이 증폭됐고 이는 소송으로 이어졌다. 시장회복 시기가 갈수록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활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소송은 가장 쓰기 쉽고 확실한 무기였다.
소송의 중심에는 반도체업계 최강자 인텔이 있다. 적잖은 소송이 인텔진영과 경쟁진영간에 발생했다. 인텔은 램버스측에서 비램버스측과 맞섰다. 또 대만 비아테크놀로지와 칩세트 특허침해 싸움을 벌였다. 특히 비아와는 자존심 문제까지 개입돼 미국은 물론 독일·영국·홍콩 등 타국 법정으로 확대됐다.
최근의 반도체분야 소송은 몇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업체간 여러 번 로열티 협상을 벌이다가 수월치 않을 경우 특허소송을 냈으나 최근에는 몇번의 접촉 후 곧바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 여러 업체를 한꺼번에 걸고 넘어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행동을 “시장상황 악화에 따른 살아남기 위한 몸짓”이라고 분석하면서도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며 향후 시황이 호전될 때 필요한 협력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밖에 다른 분야에선 MS가 디지털 데이터보호 소프트웨어 특허침해와 허위광고 혐의로 인터트러스트 및 노벨로부터 각각 제소당했고 통신거함 AT&T가 데이터 압축기술도용으로, 세계 최대의 온라인업체 AOL이 MP3기술 특허침해로 피소되기도 했다. 또 소프트웨어업체인 컴퓨터어소시에이츠인터내셔널(CA)은 경영권 문제로 창업자와 주주가 법정까지 가는 홍역을 겪기도 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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