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 논설실장 hdlee@etnews.co.kr
국내 기업들의 중국진출 붐이 일고 있다. 한결같이 ‘고 차이나’를 외친다. 대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인구 13억’ ‘세계 최대의 생산기지’ ‘WTO 가입과 2008년 올림픽 개최 등으로 엄청난 특수가 기대되는 거대장터’ ‘휴대폰 가입자 1억명 돌파’ ‘내년 인터넷 사용인구 1억명 예상’. 이런 조건이라면 각국의 기업들이 군침을 삼킬 만하다. 관건은 누가 중국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기업들이 이런 레이스에 빠질 리 없다. 삼성과 LG·SK 등은 벌써부터 중국 속의 한국건설에 부산하다. IT와 건설·자동차 분야의 진출이 가장 활발하다. 삼성전자의 휴대폰은 중국인의 선호제품 선두라고 한다. 12개 공장을 가동중인 LG전자도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중국에서 선전하는 다른 기업들도 있다. 이들은 뛰어난 품질과 현지화 등을 통해 중국의 거대 안방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견기업이나 벤처기업이라고 손놓고 있을 리 없다. 일부 발빠른 벤처업체는 중국에서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극소수에 속한다.
대다수는 성공의 건배 대신 실패의 쓴잔을 마신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준비 안된 설익은 기업인이 많다는 것이다. 중국의 실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구체적인 진출전략도 없이, 게다가 중국어조차 못하는 기업인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에 만난 한 중국진출 기업인은 “중국어도 못하고 중국의 변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기업인이 중국에서 진출방안을 모색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중국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미녀에게 구애작전을 펴면서 중간에 통역을 내세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중국에 접근해서는 백전백패한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는 중국을 후진국으로 보는 사시(斜視)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예전의 붉은 깃발이 아니다. 개혁과 개방, 개혁의 물결이 거세다. 붉은 깃발이 이제는 녹색으로 바뀌고 있다. 세계 에어컨의 절반 이상과 TV의 36% 가량을 중국에서 만든다. 이미 세계 500대 기업 중 280개가 진출해 있다고 한다. 세계경제의 돌파구가 중국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현지화되지 않고는 정착이 어렵다. 최소한 중국의 현대사는 알고 있어야 하며 그들의 언어에 능통해야 한다. 중국과 우리의 체제·이념·통상정책의 차이점을 알고 그들과 대화해야 가시적인 협력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소득격차가 심한 만큼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도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LG전자 중국지주회사 노용약 사장은 지난달 한 강연에서 “중국을 이해하고 몸으로 느끼며 제대로 된 제품으로 승부하라”고 조언했다. 첨단기술과 품질, 최상의 서비스가 아니면 그곳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들의 사고와 시각으로 마케팅전략을 짜고 최상의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뿌리를 내릴 수 있다. 80년대 중국에 진출해 한때 고전했던 코카콜라는 맛만 빼고 모든 것을 중국식으로 탈바꿈한 지금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흔히 ‘관시(關係)의 나라’라고 말할 정도로 중국은 인간관계를 중요시한다. 그 근간은 상호신뢰다. 이는 시공을 초월하는 사업성공의 공통분모다.
또하나 중국에는 최고 엘리트를 내보내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 지금 중국은 인재 스카우트전이 뜨겁다. 해외 유학파들의 중국 유턴도 한창이다. 이들이 바로 중국성장의 원동력이다. 이들과 협상하고 경쟁하려면 최고의 엘리트가 아니면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없다.
가장 우리의 금기사항은 국내 기업간 과당경쟁이다. 경쟁관계인 기업에 대한 고의성 음해는 ‘원원’이 아닌 공멸의 지금길인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불법복제에 대한 대비책도 수립해야 한다. 불법복제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용틀임하는 거대 중국. 우리가 꼭 차지해야 할 그들의 안방.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해법은 기업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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