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선 두발 달린 전기스쿠터가 인터넷보다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찬사와 함께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도대체 전기스쿠터 따위가 인터넷보다 훌륭한 기술이라니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미국의 괴짜 발명가 딘 카멘이 ‘진저’(생강)란 암호명으로 개발한 이 스쿠터는 한번 충전으로 두시간 주행하며 자이로센서를 이용해 달리거나 멈출 때도 오뚝이처럼 절대 쓰러지지 않는 특성을 지닌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탑승자가 꼿꼿이 선 자세로 전기스쿠터를 탄다는 것이다.
마치 사람이 두발로 걸어가듯 스쿠터위에 올라선 상태로 자유로운 전진과 후진, 순간적인 방향전환과 360도 제자리 회전을 하는 데모화면을 보면서 누구나 짜릿한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인류는 마침내 ‘두 다리’를 대체할 수 있는 개인용 교통수단을 얻은 것이다.
걷기 힘든 노인이나 지체장애인도 앙증맞게 생긴 이 전기스쿠터위에 올라서는 순간 혈기왕성한 20대 젊은이못지 않은 기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건강한 두 다리를 갖춘 사람이 갈 수 있는 대부분의 생활공간(고층빌딩 사무실, 골목길과 비포장도로 등)에 ‘진저’는 손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기스쿠터는 이제껏 인류가 만든 교통수단 중 안방에서 사무실까지 직행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다. 배기가스를 내뿜고 덩치 큰 자동차가 도로위에서만 움직이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앞으로 미국인들은 두개의 요술바퀴위에서 쇼핑을 하고 출근길에 나서며 훨씬 넓고 정교해진 행동반경안에서 다양한 사람과 정보교류를 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인간의 신체이동방식이 직립보행을 지나 기계를 이용한 직립주행의 단계에 들어선 것을 의미한다. 과거 자동차의 발명이 세상을 바꾼 것처럼 이 조그만 전기스쿠터도 21세기 사회·경제 전반의 패턴을 뒤바꿔 놓을 것이다. 딘 카멘, 그의 위대한 창의력에 진심어린 갈채를 보내야 할 것 같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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