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마이크로 `카이로` 그래픽 카드 다크호스서 `애물단지`로

 그래픽카드 시장에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주목받았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카이로 그래픽 칩세트가 예상과 달리 국내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카이로 칩세트는 세계적 반도체업체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지난해 말 그래픽칩세트 시장 공략을 위해 내놓은 제품으로 국내에서 새로운 제품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여름부터 카이로 칩세트를 탑재한 그래픽카드를 제조하거나 해외로부터 수입, 판매하는 업체들이 증가하는 등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하지만 제품 출시 후 몇 달간 시장반응을 살펴본 그래픽카드업체들은 최근 대부분 일단 카이로 그래픽카드 사업을 접거나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카이로Ⅰ과 카이로Ⅱ 칩세트를 장착한 그래픽카드를 선보인 슈마일렉트론(대표 윤제성)은 최근 카이로 그래픽카드를 더이상 출시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으며 프랑스 길레모사로부터 카이로 그래픽카드를 수입, 판매하는 한편 자체 개발한 모델도 내놓을 계획을 세웠던 미디테크(대표 정신영) 역시 자체 개발은 물론 수입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 성숙을 대비해 카이로Ⅱ 칩세트 기반의 그래픽카드 개발을 진행했던 시그마컴(대표 주광현)도 최근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개발을 중단했다.

 그래픽카드업체들이 카이로 그래픽카드 사업을 접는 이유는 우선 카이로 그래픽카드가 기존 엔비디아나 ATI 그래픽카드와 차별화될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 아닌데다가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신통치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그래픽칩세트 시장에서는 신규 진입업체인 만큼 가격적인 메리트를 기대했지만 가격면에서 기존 그래픽칩세트업체와 차이를 보이지 않은 점도 국내업체가 카이로를 외면하는 요인중 하나다.

 이와 함께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엔비디아사가 국내 그래픽카드제조업체에 대해 행사한 압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코리아측은 “사업을 중단하는 업체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엔비디아사의 압력으로 외국보다 국내에서 특히 카이로 그래픽카드가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가격에 대해서는 “동급 제품의 경우 엔비디아사보다 8∼10달러 정도 싸게 공급하고 있는데 비싸다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엔비디아사의 압력으로 기존 그래픽카드업체에 카이로 그래픽칩세트를 공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2, 3곳 정도의 신규업체를 집중지원해 시장입지를 넓혀나가겠다”고 만회책을 제시했다. ST마이크로는 이들 업체에 내년 1월 출시되는 신형 칩세트인 카이로Ⅱ 울트라를 공급할 예정이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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