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누구를 위한 잔치인가

 ◆모인 문화산업부장 inmo@etnews.co.kr

방송계가 어수선하다. 이른바 방송채널 정책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안된다고 하는데 다른 한 편에서는 괜찮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디지털방송도 위성방송도 쉽지 않을 듯싶다. 도대체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전송 문제가 이 시점에서 왜 불거져 나와 방송계를 뒤흔들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전에 이같은 문제점을 간과하지 못한 채 위성방송 사업자를 선정했다면 방송위원회는 직무를 유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방송위가 최근 내놓은 방송채널 정책을 들여다보면 더 한심스럽다. 요지는 지방방송과 케이블TV방송(SO)의 입장을 배려하고 위성방송의 체면을 살려주겠다는 것인데 정책이란 게 업계의 황금분할로 평가받을 일과성의 과제인가. 2년 후에는 위성방송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의 모든 방송을 재송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결정도 그렇다. 그 정도의 기간이면 지방방송과 SO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인지 아니면 그 정도의 시간을 벌어 보겠다는 의미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규정에 벗어난 정책은 반발을 사게 마련이다. 지방방송사와 SO들이 한결같이 승복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정실에 의한 것은 아닐지라도 오해를 살 수 있다면 돌아가야 했다. 중앙 방송사들은 손해볼 게 없다. 문제는 지방방송사와 SO다.

 지방방송사들은 위성방송을 통한 지상파 재송신이 이뤄지면 지역방송은 말살되고 말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쟁매체인 위성방송과 한판승부를 앞두고 있는 SO들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역광고와 전파료에 의지하고 있는 지방 방송사와 난시청 해소를 위한 지상파 재송출로 가입자를 유치해온 SO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지 않다.

 돌이켜보면 방송정책은 정권에 의해 숱하게 변질돼 왔다. 국리 민복보다는 정권 또는 체제 유지에 급급했다. 그나마 지켜진 것은 산업적인 비전 제시였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이마저도 퇴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방송이 미치는 산업적 여파는 지대하다. 컬러TV방송은 컬러TV 수출을 주도해 오늘날의 IT산업을 잉태했다. 컬러TV방송이 없었다면 반도체산업은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반도체산업은 한때 우리나라 수출의 대들보 역할을 맡아왔다.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디지털 방송시대를 맞고 있다. 수도권 일부지역에서만 시청할 수 있는 부분 방송이긴 하지만 KBS·MBC가 본격 가세하게 되면 디지털 방송은 우리의 생활양식과 사회구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특히 산업적인 측면만을 들여다보면 그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방송계의 디지털 방송에 대한 의지는 미지근하기 그지 없다. 상당수 국민들은 아직도 디지털방송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계의 이같은 소극적인 움직임이 역설적으로 방송위의 채널정책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면 울화가 울꺽 치솟는다.

 지난 95년 케이블 TV 방송시대를 열었을 때 우리는 마치 문화 선진국에 진입한 것처럼 야단을 떨었다. 결과는 어떠했나. 100여 프로그램공급업자(PP)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고 상당수 SO들이 지금도 자구책에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런데 이젠 위성방송이란다. 케이블 TV방송을 내보내고 위성방송만 잘하면 선진국 진입이 앞당겨지는가. 다채널을 향유하면 문화적 가치가 한층 높아지는가.

 방송 정책은 그러하기 때문에 더욱 긴요하다. 황금분할도 아니며 임시방편의 땜질 정책은 더더욱 아니다. 방송위는 거시적인 관점 위에서 정책을 펴야 한다.

 논란을 빚고 있는 위성공청 안테나TV(SMATV) 도입 여부도 미루지 말고 방송계의 컨센서스를 통해 매듭져야 한다.

 그리고 방송계는 이같은 방송채널 정책이 결코 방송계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이 잔치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되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