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컴덱스의 한국관

 ◆박주용 국제부장 jypark@etnews.co.kr

컴덱스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목적은 크게 두가지다. 그 중 하나는 기업이미지와 인지도 제고로, 주로 대기업들의 참여 이유다. 올해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우리업체는 물론 MS를 비롯해 노키아, NTT도코모, 시스코 등 알만한 외국업체들이 이 때문에 참여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술과 시장 지배력을 과시하듯 독특한 인테리어와 이벤트 등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였다.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 특히 벤처기업들의 참여 목적은 실적에 중심이 맞춰져 있다. 빠듯한 예산을 쪼개 컴덱스에 참여한 이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구매할 대상을 찾는데 주력한다. 컴덱스에는 세계 IT산업 최대의 축제마당답게 각국의 바이어들과 관람객들이 몰려들고 관람객도 일반인들보다 세계 각국 기업에서 기술과 제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보내는 직원들이 더 많다. 이 때문에 이번 컴덱스 참가업체들의 대부분은 이들과 바이어들을 상대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돌아갔다.

 컴덱스가 기업들의 잔치이기는 하지만 국가의 이름을 내걸고 무리지어 참여할 경우 보는 이들에게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관람객들은 국가관을 통해 그 나라의 이미지를 가슴에 담고 가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관에는 기업관과는 다는 또다른 무엇이 요구된다. 올해도 우리나라와 영국 등 4∼5개국이 국가관으로 참여했고 중국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끌었다. 140개 업체가 참여한 한국관은 국가관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규모였다. 또 유일하게 관람객이 많이 모여드는 주전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한국관을 찾는 이들도 다른 국가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 참여한 업체들 가운데 쏠쏠한 계약을 성사시킨 업체도 적지 않았다. 특히 기술력을 알리는데 상당한 성공을 거둬 국내 중소기업, 특히 벤처기업들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한국관을 국가관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관람객들에게 남긴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지난해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한국관은 관 전체가 주는 메시지가 없었다. 또 바이어가 앉을 자리조차 없는 너무 작은 부스가 적지 않았으며 개별 부스의 치장도 주변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역력했다. 붉은 색으로 국가관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가장 작은 부스에도 비교적 넉넉한 공간을 확보한 별관의 영국 국가관과 비교해도 많은 차이가 났다.

 한국관이 ‘가장 화려한 주전시장의 빈민가’라는 자조섞인 표현의 대상이 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참여기업들에 금전적인 여력이 없고 주관단체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 자금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 크기대로 잘라 만든 부스 배치에 업체 나름대로의 치장은 우리 IT산업 이미지를 싸구려 또는 저급으로 오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올해는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전자산업진흥회와 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 2개의 단체가 한장소에서 공동관을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 상태로는 내년 컴덱스에서 이들이 한 장소에서 한국관을 만들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국내 참여 중소업체들이 두개로 나뉘고 저마다 한국 IT산업의 위상에 못미치는 허술한 국가관을 보여주는 불상사를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 IT산업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IT기업이나 IT산업의 이미지를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전제할 때 컴덱스의 한국관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에서 탈피돼야 한다. 주관단체의 보다 주도 면밀한 사전계획이 요구되며 부스 비용의 50%라는 단순한 지원 제도도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