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상생의 의미

◆이상헌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사장

 미국의 테러사건이 일어나기 약 한 달 전, 나는 오랜 만에 가진 짧은 휴가를 아내와 애들과 같이 뉴욕에서 보냈다.

 한가한 시간을 틈타 지금은 무너져 내리고 없어진 무역센터 바로 옆의 배터리 파크에서 비둘기에게 빵조각을 나누어주며 게으른(?) 오후를 즐기는 동안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그 많은 비둘기 중에 유독 약해 보이고 다리도 저는 한 놈이 있어서 우리는 일부러 그놈에게 빵조각을 던져주었다. 그러나 불쌍하게도 순식간에 다른 놈들이 몰려와서 그 약한 놈을 쪼고 못살게 굴며 먹이를 뺏고 쫓아내는 것이었다.

 동물 세계에서 으레 있을 수 있는 적자생존의 원칙을 생각하며 씁쓸해 하고 있을 때 그 옆으로 참새떼들도 빵조각을 먹으러 몰려들었다. 재미있고 이상한 것은 그 참새떼 중에도 다리를 저는 놈이 하나 있더라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성한 참새 몇 마리가 빵조각을 주워서는 그 놈에서 갖다주는 것이었다. 같은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다른 양상을 보이는 두 종류의 새들이 나에게는 신기하게 보였다. 이럴 수가. 새의 종류마다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실제로 참새가 비둘기보다 자기 동료(?)를 더 위한다거나 또 습성 따위가 다르다는 것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일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에는 남을 이겨야만 살 수 있다는 이기적인 경쟁의식이 팽배해 있다. 더불어 사는 것을 배우지 못하고 반드시 남을 밟고 일어서야 한다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어린 아이 때부터 주입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리석은 교육방법이다. 그것이 얼마나 갈까.

 홍익인간이란 기치아래 이 땅에 태어난 우리는 눈앞의 사소한 이익보다는 더 큰 곳에 우리의 웅지를 품어야 할 것이다. 그마 IT산업에서는 이런 상생 또는 상부상조하는 기업분위기와 순수함이 많은 것 같아 희망적이다. 아직까지도 그날 그 절뚝거리는 참새에게 빵조각을 넘겨주던 참새떼들이 너무나 귀엽게 느껴진다. 또한 빨리 그 자리가 새로운 빌딩으로 복구되어 새들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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