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VON2001전시회 폐막

 미국 애틀랜타에서 16일 열려 19일(한국시각) 폐막된 VON(Voive On the Net)전시회는 음성데이터통합(VoIP)서비스 전세계 표준이 H.323에서 한발 더 나아가 SIP(Session Initiation Protocol)로 향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클래런트, 시스코시스템스 등 장비업체는 물론 다이얼패드커뮤니케이션, 앤텔커뮤니케이션스 등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유력 인터넷전화사업자들은 인터넷전화의 차세대 버전이라 할 수 있는 SIP를 간판으로 내걸었다. 이는 특히 국내 주요 인터넷사업자, 장비개발업체들이 이전 인터넷전화사업 전반에서 H.323을 널리 활용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주력표준 교체에 따른 업계 지각변동의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어 주목된다.

 SIP는 인터넷전화의 활용폭을 이전보다 훨씬 넓게 만들어주는 토대로 작용한다. 동시다자간통화, e메일연동 전화서비스, 동영상전화 등 기존 인터넷전화의 확장성을 넓히는 일종의 키로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VON전시회는 전세계 VoIP 주요업체들이 자사가 SIP표준에 얼마나 근접한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만족시키는 애플리케이션을 창출했는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다. 특히 국내외 여러 업체들은 VoIP에 기반한 동영상전화를 기존 인터넷전화서비스와 연동시킨 차세대 서비스모델로 제시하고, 이를 조만간 주력 상품화할 계획임을 국내외 바이어들에게 설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황급한 변화=인터넷전화서비스가 우리나라만큼 대중화된 나라도 없다. 특히 초고속인터넷과 연계된 폭발력은 전세계가 인정하는 한국 대표 통신상품으로 자리를 굳힌 지 오래다. 그러나 국내 대부분의 인터넷전화업체들이 인터넷전화서비스를 위해 도입한 라드비전의 전례처럼 H.323이 그 효용성을 잃어버린 채 과거사의 무용지물로 썩게 될 판국에 처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인터넷전화서비스는 그동안 음성전달이 전부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특히 음성만이라도 통화품질이 안정됐으면 하는 사용자의 요구가 넘쳐나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넷전화도 나름의 진화방향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SIP라는 날개를 얻어 인터넷기반 종합통신, 메시징서비스로 거듭날 것을 요구받은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에 따라 등장한 SIP는 개별업체에는 생존의 문제로, 이번 VON전시회에서는 VoIP의 다음 세대 대세로 굳어지는 급신장을 보이게 된 것이다.

 ◇늦었다고 느낄 때가 빠른 것이다=국내 인터넷전화사업의 발전을 위한다는 측면에서 H.323에 매몰된 기술연구는 더 이상 가치를 띨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무게중심을 SIP에 맞게 재정비하고, 이를 자사 서비스 또는 장비에 적용하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사업자들이 전세계 인터넷전화서비스에서 앞서나갔듯이 인터넷전화의 다음 세대 버전인 SIP의 원천기술을 국내에서 먼저 확보하고 이를 통해 세계시장 확장의 가능성까지 잡아야 한다는 관련업계의 지적이 지배적이다.

 SIP는 인터넷전화 개별업체의 적용노력에 성패의 몫이 달린 것이 아니라 SIP를 얼마나 빨리 상용화하고 현재의 기술력을 제품 및 서비스에 얼마나 빨리 실을 수 있느냐가 경쟁의 관건으로 통한다.

 인터넷전화의 미래기술을 총망라한 추계 VON2001전시회는 누구라도 SIP의 주도권을 잡는 기업이나 개인이 향후 세계 VoIP시장의 주인공임을 사실로 입증해 보였다.

 한편 전시회 주최측은 이날 폐막에 앞서 이번 전시회에 시스코시스템스, 루슨트테크놀로지스, 클래런트 등 전세계 130여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2만여명의 통신전문 바이어와 언론매체가 전시회 및 콘퍼런스에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애틀랜타=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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