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다시 시작하자!

 테러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이 시작됐다. 그렇지 않아도 비관론이 제기되고 있는 우리 경제에 또다시 주름살을 안겨다줄 것이 분명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출 신용장 내도액은 9개월째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4분기를 기점으로 수출이 회복될 것이란 정부의 기대는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잘 나가던 게임업계의 사정도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수요가 일지 않는다고 야단이다. 대작이라고 꼽히는 작품마저 크게 고전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일주일이면 소진할 수 있었던 출고량을 2∼3주 정도 지나야 소진할 수 있다고 하니 수요가 말이 아닌 셈이다.

 수출도 비상이다. 어렵게 이뤄놓은 수출 상담이 본계약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올해 목표한 2억달러 수출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성급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산업은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경제가 좋으면 엔터테인먼트산업은 꿈틀대고 그렇지 않으면 맥을 못추기 마련이다. 이른바 소득 탄력성(income elasticity of demand)이 크고 경험재(experience goods)로서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험재는 생산자와 소비자간 비대칭적 정보(asymmetric information)소유로 인해 경제적인 여유가 없으면 소비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케팅이 성패를 좌우한다.

 최근의 경제 환경을 감안하면 게임업계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리지 않았나 싶다. 다시 말해 안좋을 때를 생각하지 않고 몸통만 늘려오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사실 게임산업 만큼 급성장한 업종은 없다. 아케이드·PC·온라인 게임 등 부문별 차이는 있으나 평균 20∼30%의 고성장을 기록해 왔다. 수출도 대만 등 동남아 수요에 힘입어 평균 20%의 신장률을 올려왔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허약하기 그지없는 산업구조를 보여왔다. 내수진작을 위한 툴이라는 것이 겨우 게임대회 개최에 불과하고 유통은 낙후하기 짝이 없는 실정이다. 수출을 위한 해외 마케팅도 게임전시회에 참가하는 게 고작이며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규제 완화를 위한 관계 법률의 제·개정은 아직도 부처 이기주의로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게임업계가 일반 업종의 구태를 닮아서는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 휘청거리고 있는 우리 산업구조의 속성을 그대로 빼닮아서는 게임강국의 비전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게임업계는 그들의 그것을 상당부분 빼닮아 있다. 먼저 온라인게임에 대한 개발 비중이 너무 높다.

 전체 시장의 26.7%에 불과한 온라인게임시장에 너나할 것없이 달려들어 개발력을 소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원의 낭비뿐 아니라 시장 다변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 판권 확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기술개발보다는 제품만 수입해 내다팔겠다는 그들과 꼭같다.

 이와함께 수요 기반 확충은 안중에도 없이 이전투구만 일삼고 있는 행태도 그들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서로 편을 갈라 네편이니 내편이니 하는 줄서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렵고 힘들수록 두드려 보고 돌아가라고 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시장을 다변화하고 수요 진작을 위한 처방전을 서둘러 마련, 시행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게임업계가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마음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게임 특수가 기대되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시즌이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보복전쟁이 장기화하지 않는다고 볼 때 양시즌은 업계에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안으로는 전세계 e스포츠인의 축제인 월드사이버 게임즈(WCG)가 12월 5일 서울에서 개최된다는 점이다. 이 대회는 전시회 및 대한민국 게임대전이 동시에 열리게 된다. 이 행사만큼 경험재를 부추길 수 있는 기회는 다시 없다.

 산업계가 역량을 한데 모아 미래를 다짐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

 <모인 문화산업부장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