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취재팀
팀장:서현진 부장(인터넷부)
정동수 기자(사진부)
온기홍 기자(기획조사부)
유형준 기자(IT부)
홍기범 기자(증권금융부)
지난 10일 통일부의 국정감사장에서는 여당의원이 정부를 질타하는 보기 힘든 모습이 연출됐다. 민주당 임채정 의원은 남북경협과 관련, “각 정부부처가 정책개발과 민관 역할조정 등을 이유로 협의회·위원회 형식의 각종 민관협의체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나 협의체 상호 일부 기능과 역할이 중첩되고 통일부의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등 공식기구와의 연계가 확립되지 못했다”고 지적한 것.
민간차원의 남북 IT협력사업은 비교적 빠르게 진척되고 있는 반면 정부차원의 남북 IT협력정책은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방북한 남한측 인사는 8000명. 이제는 북한을 방문한 것이 희귀한 일이 아닐 정도로 많은 국내인사들의 방북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하나비즈닷컴이 지난달 북한의 민경련·평양정보쎈터와 남북 IT합작사인 하나프로그람쎈터를 단둥에 설립하고 사업을 시작했으며 엔트랙 등이 거의 같은 시기에 북한의 광명성총회사와 북한내 IT단지 건립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평양에 모니터 임가공 공장을 설립·운영해 왔던 아이엠알아이는 발포수지(스티로폼) 공장을 새로 설립한 데 이어 이를 북한과의 합작회사로 전환하고 북한 내수시장에도 진출키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부의 남북 IT정책 및 경협 기본방침은 ‘정경분리’라는 원칙에서 한걸음도 못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남북경협 관련 기구로는 △남북경협추진실무협의회(통일부) △남북산업협력추진협의회(산자부) △정보통신남북협력추진위원회(정통부) △남북과학기술협력추진위원회(과기부) 등이 구성돼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남북협력추진위원회와 과학기술부 남북과학기술협력추진위원회의 경우 민간위원을 중복해 위촉하고 있고, 일부 협의체의 경우 발족 직후 회의를 개최한 후 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월 정통부 산하단체인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는 남북IT민간협력협의회를 설립했다. 당초 IT남북경협을 추진하는 데 있어 기업체와 정부의 긴밀한 협조 및 조정을 통해 과당경쟁을 막고 중복·과잉 투자를 방지하자는 목적에서 설립된 이 기구는 분과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하고 위원들을 위촉하는 데만 3개월이 소요됐다.
정보통신산업협회 한 관계자는 “이 모임의 발족을 계기로 정보통신부의 자금지원을 기대했으나 정통부에서 난색을 표명하면서 갈등이 불거져 사실상 활동을 거의 못하고 있다”며 “참여업체들의 구성이 이미 남북경협을 추진중인 업체, 앞으로 추진할 업체 등으로 나뉘어 서로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이끌어 갈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사실 정부가 남북경협에 대해 진전된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는 것은 북한측의 경협에 대한 입장을 일정부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민족경제협력련합회(민경련)라는 대남경협 단일창구를 갖고 있는 북측은 자신들의 대남정책과는 달리 남측에는 민간기업들이 직접 접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치논리가 경협에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고 민간기업을 직접 상대함으로써 그들의 선택권과 협상력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남북경협에 정치적인 논리가 반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논리는 외부 상황과 내부 정치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나비즈의 한 관계자는 “지난 6개월간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여러가지 이유로 지연돼 왔음에도 하나비즈의 합작사업은 이와 무관하게 진행돼 왔다”며 “남측과 북측 모두 정치논리를 배제해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남북 IT협력에 정치논리가 배제되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정부의 역할이 현재와 같이 단순 사업승인 기능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대북진출을 꾀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은 북측과 접촉하는 데 공신력있는 대북 교섭창구가 없다는 점에서 아직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최근까지도 남북경협을 추진해 왔던 기업들은 저마다 개별적으로 ‘민경련’을 접촉해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소위 ‘북한통’이라는 거간꾼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정보부재로 중복사업을 전개하는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또 남북 IT협력을 위한 인프라 조성에는 어쩔 수 없이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연철 수석연구원은 “남북 IT협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통신인프라·표준화 등에 대해 공적협력사업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북 IT협력의 기본전제인 당국간 투자보전협정이나 이중과세방지협정같은 법적인 정비도 정부의 몫이다.
정부가 직접 남북 IT협력에 나설 수 없는 여건이라면 어느 요건을 갖춘 민간 기업이나 단체에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안되기도 한다.
지난해 2월 중국 옌지에서는 남북한·중국 등 3국의 국어·컴퓨터 전문가들이 모여 제5차 코리안컴퓨터처리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이들은 컴퓨터 자판 배열과 한글 자모 순서, 정보기술 용어 등에 대한 한민족 공동안에 합의하는 등 성과를 발표했으나 정부에서는 정부측 인사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무시, 수년간 노력해온 인사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남북 IT협력은 이제 탐색단계를 넘어섰다. 남북경협 가운데서는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지 않고 △질 높은 인력자원이 가장 중요하며 △더 나아가 남북간 동질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 IT협력은 현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남북간 협력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급류를 타는 남북 IT협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이제 정부에서도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소박스/북한의 대남 경협창구 어떤 것이 있나>
북한의 경제·무역기관은 크게 노동당과 내각 산하기관으로 크게 분리돼 있다.
노동당 산하에는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내각 일원인 무역성 산하 민족경제협력련합회(민경련), 조선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조선국제무역촉진위원회, 조선국제전람사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실질적인 대남 경제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기구는 아태와 민경련이다.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태평화위원회는 지난 94년 10월 노동당 통일선전부 산하기관으로 설립됐다. 초기 설립단계에서 대미·대일 접촉을 관장해 왔으나 95년 남북사업에도 관여하기 시작해 98년 이후에는 사실상 대남사업을 주도하는 최고 핵심기관으로 부상했다. 현대와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진했으며 남북한 당국회담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위원장은 김용순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 및 조평통 부위원장이 겸임하고 있으며 부위원장에는 전금진·이종혁·송호경·전경남 등의 인물이 있다.
◇민족경제협력련합회=남한기업들의 대북 교역 및 투자사업을 실무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까지 대남경제사업을 담당했던 고려민족산업발전협회의 후신인 광명성경제연합회가 개칭, 98년에 설립됐다.
산하에는 피복·경공업·농수산물 분야에서 대남경협을 전문으로 하는 광명성총회사, 전자·중공업·화학분야에서 대남경협을 전문으로 하는 삼천리총회사, 계약재배 등 주로 농업분야를 담당하는 개성무역회사, 그리고 현대그룹의 금강산관광개발사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와 고려산업은행이 있다. 베이징과 단둥에 대표부를 두고 있으며 회장은 정운업 무역성 지도국장이 겸임하고 있다. 부회장은 이창호, 서기장은 이의덕 등이 맡고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인터뷰>
김연철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은 북한 경제 및 남북경협을 집중 연구해온 대북 전문가다. 대북 IT전문가들의 모임인 통일IT포럼 회원으로도 활동중인 김 박사는 최근 ‘북한의 산업화와 경제정책’ 저서를 펴낸 바 있다.
―남북 IT교류 협력을 위해 정부와 민간에 각각 필요한 역할은.
▲정보격차, 투자환경 미비, 통신인프라 부족 등을 고려할 때 민간차원보다는 정부차원의 협력사업이 보다 중요하다. 특히 디지털 기초교육, 연구개발 인력양성, 통신인프라 정비, 관련 정보의 취합제공 역할 등이 필요하다. 민간은 협력환경을 고려해 적정한 투자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현재의 열악한 투자환경에서 단기적인 경제성을 갖기는 매우 어렵다. 보다 중장기적인 투자환경을 고려해 단계적인 사업진출 모색이 필요하다.
―남한의 제도개선이 필요한 분야는.
▲표준화와 저작권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 호환성과 통신 및 기술표준화 문제를 정비해야 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저작권 정비도 필요하다. 바둑 프로그램 등 북한산 소프트웨어가 다수 반입되고 있는데, 소스코드가 같은 제품이 다른 이름으로 승인을 받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 나아가 남북경협 전반에서도 필요하지만 무역사무소를 비롯한 보다 원활한 남북한 교류협력 접촉지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바람직한 교류협력방안은.
▲기초분야와 산업분야로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기초분야에서는 리눅스나 언어처리와 같은 분야에서 남북한의 공동연구가 필요하다. 북한의 IT인력 중에는 알고리듬분야를 비롯한 기초자질이 우수한 인재들이 있다. 이에따라 중장기적으로 남북한이 협력을 해서 기초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남북간 비교우위가 접목되는 분야에서 협력방안을 찾아야 한다. 예컨대, 남한의 자본과 북한의 노동력을 접목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게임 등에서 협력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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