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e스포츠와 경제

 ◆모인 문화산업부장 inmo@etnews.co.kr

경제와 스포츠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경제가 좋으면 스포츠도 활기를 띠고 그렇지 않으면 위축되기 마련이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프로야구다. 그 가운데 팬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구단을 꼽으라면 단연코 요미우리 자이언츠다. 일본 프로야구 팬들 가운데 80%가 요미우리 자이언츠 팬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이처럼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일각에서는 일본 최초의 민간TV방송인 후지TV가 개국해 프로야구를 중계하기 시작한 원년에 요미우리가 우승함으로써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미우리가 일본을 대표하는 프로야구 구단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일본경제가 고도 성장기를 구가한 60∼70년대초 리그우승을 포함, 일본시리즈를 거의 휩쓸었기 때문이란 게 정설이다. 자괴감과 냉소에 휩싸여 있던 국민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줌으로써 명실공히 국민구단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제와 관련된 스포츠 소사는 또 있다. 다름아닌 최근 일본 프로야구 리그에서 활약하다 돌아온 이종범 신드롬이 바로 그것이다. 프로야구는 한때 국내 프로 스포츠계를 대표하는 인기 종목이었다. 그러던 프로야구의 인기가 시들해져 버렸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줄줄이 사라진 때문이다. 그러나 이종범이 복귀한 프로야구계는 요즘 신명이 났다. ‘이종범 컴백’에 의한 경제효과가 이쪽저쪽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용품 관련업체들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스포츠가 경제를 부양한 사례는 적지 않다. 일본이 전후 고도 성장을 이룩한 것은 도쿄올림픽을 유치했기 때문에 가능했고 우리나라는 88 서울 올림픽 개최 이후 비로소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했다. 중국은 2008년 올림픽 유치로 선진 대열에 진입할 것이라고 부픈 기대에 차 있다. 지난 98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유치한 프랑스는 이를 계기로 경기둔화 현상을 거뜬히 이겨냈다.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e스포츠를 대표하는 국내 프로게임리그가 휘청거리고 있다. 한때 50여개에 달하던 게임단들이 줄줄이 해체 또는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경기가 안좋으니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들려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파이 싸움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게임리그는 존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리그는 그동안 게임 안티그룹에 대해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게임에 대한 사회저변에 깔려있는 나쁜 인식을 바꾸고 붐을 조성한 동인의 중심은 게임리그사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 수요를 유발하고 게이머란 직업군을 새롭게 탄생케 한 것도 다름아닌 그들의 공이다. 일각에서는 게임리그가 개인전 중심으로 열리기 때문에 스타 만들기에는 적합하지만 스포츠 마케팅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스타가 없는 스포츠의 미래를 기대할 순 없다.

 스타가 없는 산업과 문화는 이른바 공동화 현상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미국 음악계는 90년대 후반들어 슈퍼스타를 양산하지 못해 쇠퇴일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음반계도 반짝스타들에게 시장을 의지함으로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엔터테인먼트업계의 마케팅의 요체는 다름아닌 스타다.

 우리 경제가 정말 깊은 터널 속에 빠져든 느낌이다. 산업계와 국민들의 어깨가 축 처져 있는 듯하다. e스포츠계를 대표하는 프로게임리그가 신명나는 일들을 만들 순 없을까.

 꿈과 이상을 심어주지 못할 망정 이제 갓 심어진 e스포츠계에 찬물을 끼얹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 당사자들이 한발짝씩 물러나 지혜를 짜냈으면 한다. 덧붙이면 지금은 게임단이 리그사를 도와줄 차례라고 본다.

 e스포츠를 통해 신경제가 살아났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