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금융IT’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그만큼 금융권에서도 IT의 비중이 커졌다는 뜻이다. 이제는 IT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금융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금융’과 ‘IT’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단어가 만남으로써 금융업계는 새로운 서비스와 체계적인 고객관리가 가능케 됐고 IT업계는 통신·공공기관에 이어 또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그 뒤에는 금융과 IT의 결합 때문에 오히려 근심거리를 갖게 된 사람들도 있다. 다름아닌 금융기관의 전산실 근무자들이다.
지난해부터 금융권에서는 은행을 중심으로 IT자회사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기존에 IT인력 충당용으로 유명유실하게 운영되던 자회사가 아닌 금융IT를 실현하기 위한 자회사 설립 노력이 진행됐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대부분 노조 차원의 강한 반발로 인해 무산됐으며 현재 진행중인 우리금융그룹의 IT자회사 설립작업도 내부 IT인력들 때문에 적지않은 진통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권 IT 종사자들은 IT자회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금융기관이 아닌 IT회사의 소속이 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타 직종에 비해 고용 안정을 보장받는 금융기관을 떠나는 모험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금융그룹 산하 4개은행 IT직원들은 최근 은행에 남을 것인지 IT자회사에 합류해 전문 IT인력의 길을 갈 것인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IT통합후 자회사 설립설이 나돌고 있는 국민·주택은행의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IT가 유망산업으로 부상했음에도 아직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반짝 호황’ 업종으로 인식되는 탓이 크다.
A은행의 전산실 근무자는 “나는 은행을 보고 이곳에 입사한 것이지 IT를 보고 들어온 것은 아니다”며 다소 직설적인 표현을 쓰기도 했다.
21세기 대표산업으로 떠오른 IT에 대한 인식은 아직 이러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IT’라는 용어도 매출증대를 노린 금융업계와 IT업계가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른다. IT산업이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자리잡기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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