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덤핑수출과 브랜드관리

 

 한국산 컬러TV가 또 ‘싸구려’ 판정을 받았다. 유럽연합(EU)이 필립스 등 역내 전자업체들의 제소를 받아들여 LG전자·삼성전자 등이 만들어 수출한 음극선관모니터(CRT) 방식의 컬러TV에 대해 15%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키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담당자는 “이번 덤핑판정은 중국·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생산한 저가 컬러TV를 겨냥한 것으로 현지 생산체제를 갖춘 한국은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비싼 첨단 PDP TV를 만들어 세계 디지털TV 시장을 석권하겠다고 나선 우리나라가 중국과 마찬가지로 ‘싸구려 TV를 만드는 나라’로 낙인 찍혔는데도 피해규모가 크지 않아 상관없다니 말이다.

 이런 식으로 수십년 동안 대처해왔으니 뉴질랜드의 에너지 장관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산 냉장고는 정크(junk·쓰레기 또는 잡동사니)”라는 ‘실언’으로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탓할 수만도 없다.

 이에 대해 현지 주재 한국대사가 항의 공문을 보냈으며 이같은 항의에 에너지 장관은 “실수였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한 국가 이름을 찾다가 한국이 튀어나왔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에너지 장관이 이처럼 한국산 냉장고에 대해 무시 발언을 한 배경에는 최근 뉴질랜드 정부가 한국산 냉장고와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상황이 이런대도 LG전자와 삼성전자 담당자는 “뉴질랜드에 수출하는 물량이 많지 않아 덤핑판정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해마다 수천억원의 마케팅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소위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에서 한국산 가전제품이 여전히 싸구려 취급을 받는 상황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뭘까.

 컬러TV를 덤핑판매하는 회사에서 만든 첨단 PDP TV를 보고 선진국 소비자가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질지 무척 궁금하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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