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동기식사업자에 대한 기대

 최근 몇년간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IMT2000사업자 선정작업이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난 4일 LG텔레콤을 주축으로 하는 동기식 IMT2000 그랜드컨소시엄이 정보통신부에 사업계획서와 사업신청서를 제출함으로써 한장 남은 사업권의 주인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이달말로 예정된 정부의 공식 발표만 남은 셈이다.

 바야흐로 2개의 비동기사업자와 1개의 동기식사업자가 3세대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누가 우위를 점할까. 2세대에서 보여주었던 판도가 그대로 유지될런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말 비동기사업자가 선정되기 이전까지는 비동기식이 단연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이후 동기식사업자가 선정되는 과정에서는 동기식사업자가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인식이 퍼지기도 했었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시장지배력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KT와 SKT가 유리한 형국이다.

 그러나 동기식사업권의 윤곽이 드러난 지금 상황은 많이 변해 비동기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있는 것 같지 않다. 우선 정부가 한장 남은 동기식 IMT2000사업권을 통해 통신시장 구조조정을 유도했고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아직 윤곽을 드러내 놓지는 않았지만 비대칭규제라는 툴을 준비해 놓고 있다.

 이 전략은 성공을 거둬 동기식 그랜드컨소시엄에는 하나로통신·두루넷·파워콤·데이콤 등 대표적인 후발통신사업자들이 전면에 포진했으며 장비, 인터넷, 콘텐츠 업체들까지 합치면 1049개 업체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러한 외형적인 모습은 차지하고라도 기술적으로나 시장적으로나 동기식 사업자가 유리한 측면도 많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동기식은 듀얼밴드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동기식이라는 단일모드 아래에서 주파수를 달리하는 듀얼밴드는 기본적으로 사업자에게 선택과 집중을 가능케 해준다. 즉 사업자는 2세대 주파수가 포화상태에 이를 경우 3세대 주파수를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는 3세대에 대해 단계적인 투자를 가능케 한다는 의미다. 단계적 투자여건을 갖춘다는 의미는 사업자에게 경영 유연성을 부가해 준다는 측면에서만 보아도 경쟁사업자에 비해 우위를 갖기에 충분하다.

 반면 비동기식은 그렇지 못하다. 사업을 시작하려면 듀얼밴드 및 듀얼모드를 갖춰야 한다. 이것이 싫다면 전국망을 일시에 구축해야 한다. 수천억원씩 단계적으로 투자하고 벌어들인 수익을 바탕으로 나머지 투자를 진행하는 게 동기식사업자의 강점이라면 2세대 동기식 기반 하의 비동기식 IMT2000은 동기와 비동기의 로밍이 이뤄지지 않으면 단계적 투자가 불가능하다. 3세대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지역에서 전화통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비동기사업자는 3세대 주파수로의 활용이 늦어질 경우 2세대 사업활성화도 어려워진다. 즉 데이터트레픽을 2세대가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동기식의 약점은 글로벌로밍에 있다. GSM방식이 세계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이 증가하고 있는 최근의 추세를 고려한다면 글로벌로밍 취약점은 마케팅 측면에서 상당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동기식 사업자의 희망은 듀얼모드칩이 원칩으로 구현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 때는 2004년께로 전망된다.

 이와함께 동기식사업자의 위상이 비동기사업자보다 낮다는 것도 큰 취약점이다. 2세대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SKT는 50%, KTF는 35%를 각각 점유하고 있다는 점은 적지않은 위협이다. 자금력과 인지도면에서 떨어진다는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과연 동기식사업자가 이동전화시장의 최강자 SKT와 종합정보통신시장의 최강자 KT그룹이라는 공룡들을 상대해 승산이 있을까. 동기식사업자의 최우선과제는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야한다. 이는 사업자가 강해져야 동기식이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에 다름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LG텔레콤과 하나로통신이 유무선통합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협력관계를 체결한 것은 상당히 함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내전화, 시외전화,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을 한데 묶는 종합통신상품의 등장이 멀지않았다는 것이다. SKT는 이런 상품을 만들어낼 여력이 없고 KT는 지배적 사업자여서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후발통신사업자들의 대연합인 동기식 그랜드컨소시엄은 통신시장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태어났다. 만약 이러한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연합사업자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면 동기식사업자의 파워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통신구조조정이 힘을 잃고 표류한다면 동기식사업자는 위기를 맞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랜드컨소시엄은 바로 국민의 이해 속에서 태동했기 때문에 동기식 사업자의 위기는 바로 소비자의 신뢰상실로 이어지게 된다.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린 사업자의 나아갈 길은 오직 한 길밖에 없다.

 CDMA 종주국이라는 위상을 이어주는 동기식사업자, 나아가 우리 통신산업의 경쟁력과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동기식사업자로 거듭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정복남 부국장대우 정보통신부장 bn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