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SCM과 ERP

◆박성칠 i2테크놀로지코리아 대표 sungchil_park@i2.com

 

 공급망관리(SCM)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SCM와 전사적자원관리(ERP)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혼란의 핵심은 ERP가 먼저냐, SCM이 먼저냐다. 엄밀히 말하면 SCM 구축에 있어 ERP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느냐, 아니면 SCM부터 구축해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느냐다. 해답을 얻으려면 먼저 ERP와 SCM의 출현배경과 역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ERP는 기업이 기능단위로 개발한 회계, 판매, 생산 등의 개별 정보시스템이 시스템간·부서간 데이터 불일치, 통합 인터페이스 부재 등으로 혼란을 가중시키자 통합 DB를 기반으로 기업의 전체 업무를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하기 위해 출현한 패키지 형태의 정보시스템이다.

 ERP의 근간은 자재명세표(BOM)를 생산계획에 따라 전개하는 자재소요량계획(MRP)이며, 이로부터 그 기능을 회계, 판매 등으로 확대한 것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ERP 패키지의 주요 프로세스는 고객의 주문을 받고 재고 가용성을 점검한 후에 배송지시를 내리고 이에 따라 회계처리를 하는 것이다. 생산에서는 수립된 생산계획에 따라 자재를 발주하고, 자재가 들어오면 입고처리와 이에 따른 회계처리를 한다. 이와 같이 ERP 패키지는 거래처리를 자동화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많은 사람이 ERP가 그 이름처럼 자원, 사용계획수립 기능까지 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ERP는 거래처리를 자동화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기업내 자원을 제대로 고려해 실행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는 기능은 매우 취약하다.

 이에 반해 SCM은 공급망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모든 활동들(프로세스, 조직 및 시스템)을 포함한다. ERP가 기업 내부의 효율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SCM은 기업과 그 해당기업에 관련된 협력업체 및 고객을 포함하는 전체 공급망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SCM을 지원하는 것을 APS(Advanced Planning and Scheduling) 시스템이라고 하며 통상 APS에는 기업의 여러가지 계획수립을 지원하는 기능이 포함된다(수요예측, 경영계획, 판매계획, 기준생산계획, 일간단위 상세계획 및 스케줄링, 납기약속, 수배송계획 및 서비스 부품계획 등).

 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모니터링하고 빠르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세 가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 세 가지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로 SCM의 역할이다.

 ERP에는 계획수립 기능이 없기 때문에 ERP만으로 경영을 하는 것은 마치 백미러만을 보면서 운전하는 것과 같다. 경영효과를 얻어내기 위해 가장 핵심이 되는 요건은 데이터의 정확성인데 이는 계획기능을 수행하는 SCM이나 APS시스템을 통해 보장될 수 있다. 흔히 ERP를 구축해야만 APS를 구축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실제로 APS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 중 20∼30%만이 ERP에서 추출되며 이 또한 APS 구축을 통해 충분히 정비할 수 있다.

 가트너그룹에 따르면 ERP 구축기간은 18∼48개월, APS는 6∼12개월이며, 투자회수기간은 각각 2∼5년, 6∼12개월로 보고되고 있다. 회사를 흔드는 정도, 즉 당장 변해야 하는 사람들의 수는 ERP가 수백명인 데 반해 APS는 계획 관련 소수 인원(최대 30∼40명)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다시 돌아가 무엇을 먼저 구축할 것인가. 해당기업의 기존 시스템이 너무 형편없어서 도저히 경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경쟁환경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아 정보시스템 인프라를 먼저 정비하고 나서 SCM을 할 여유가 있거나, 아니면 금고 속에 넣어둔 자금이 풍부하다면 ERP를 먼저 구축해도 된다. 그게 아니라면 SCM에 지금 당장 눈을 돌려야 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