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홀로 호황인가

 정보기술(IT)업계가 경기침체에 따른 영업부진으로 신음하고 있다. 어렵사리 이뤄낸 계약도 몇 개월째 수금이 안돼 2중고, 3중고를 겪고 있는 업체들이 부지기수다. 1년짜리 어음이 나돈다는 얘기도 들리고 물품 보관증으로 지불을 대신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영업사원들이 아예 일손을 놓고 놀고 있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이를 종합해 보면 2∼3개월 이후 상황도 예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온통 어렵다고 난리인데 정작 상반기 실적을 물어보면 저마다 자기네 회사만은 장사를 잘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늘었다는 업체도 많고 올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배 늘려잡은 업체들도 예상대로 가고 있다며 목표치를 하향조정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한다. 신문 지면에 “xx업계 상반기 장사 잘했다”식의 제목이 등장하는 것도 종종 눈에 띈다. 시스템통합(SI)업체들도 대부분 매출을 하향조정하기는 했지만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는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산술적으로 종합하면 아직 심각한 불황이 아니라는 얘긴데 왠지 석연치 않은 느낌이다. 보안이나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WAS) 등과 같은 일부 분야의 경우에는 신종 산업으로 뜨고 있거나 초기 시장으로 성장여지가 많은 분야인 만큼 이해가 간다. 또 옥석은 어려운 상황에서 제대로 가려지는 것이니 알짜 기업이라면 오히려 매출이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매출이 증가했다고 하는 상당수 IT분야나 관련업체에 대해서는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IT산업 경기가 저점을 향하는 상황에서 올해 SI산업이 어떻게 호황이었던 지난해보다 성장할 수 있으며 부문 IT분야나 해당업체 또한 무슨 용빼는 재주로 나홀로 호황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매출 수치를 조정해 올해 실적으로 넘겼다는 얘기도 들리고 동종업계 주요 업체들이 작정하고 시장 붐 조성 차원에서 소폭 증가한 것으로 입을 맞췄다는 얘기도 흘러 다닌다.

 이제는 정말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어려울 때 어렵다고 얘기하는 게 부끄러운 일도 아닌데 왜 그리 숨기고 부풀리고 포장하는지 모르겠다. 얼마전 SI연구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187개 SI업체 가운데 3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이 흑자경영을 예상하고 있다고 답했다. 3개 업체의 솔직함에 더 믿음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