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선명TV 보급 가속

 미국에서 디지털 방식의 고선명 TV 보급이 점차 가속이 붙고 있다.

 USA투데이는 디지털 TV의 가격이 점차 떨어지고 있고 모델도 다양해짐에 따라 이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가전협회(CE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디지털 TV 판매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배나 늘어난 46만2000대에 달했다. 이에 비해 기존 TV 판매는 970만대가 판매돼 지난해보다 9%가 줄어들었다. 또 연말까지 미국 가정에 200만대의 디지털 TV가 보급되고 이를 위해 소비자들은 총 50억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CEA의 대변인인 존 테일러는 “이 분야는 가전 산업 중 가장 빨리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라고 말했다.

 USA투데이는 이같이 디지털 TV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디지털 TV 수신기의 가격이 일반 소비자도 큰 마음만 먹으면 구매할 수 있을 만큼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아직까지 60인치 이상의 플라즈마 패널을 갖춘 벽걸이형 디지털 TV는 3만달러를 호가하지만 최근에는 몇년전 아날로그 프로젝션 TV와 비슷한 가격대인 2000달러대의 저가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 삼성전자를 비롯해 히타치, 파나소닉, RCA, 소니, 도시바 등 주요 디지털 TV 제조업체들은 조만간 2000달러 이하의 디지털 TV를 내놓을 계획이다.

 새크라멘토에 거주하는 테릴 마블(22)은 “지난주 베스트바이에 들렀다가 2000달러 (디지털 TV) 모델을 보고 놀랐다”며 “쥐라기공원 III를 보는데 화면이 마치 극장처럼 섬세하고 풍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디지털 TV 시장의 앞날에 탄탄대로만이 놓인 것은 아니다.

 현재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기존 방송국의 주파수를 새 무선 서비스용으로 공매하기 위해 디지털 신호를 위한 새 공중파 영역을 방송국들에 배분하고 있다. 그러나 FCC가 정한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 마감 시한인 내년 5월이 채 1년도 남지 않았으나 1200개 방송국 중 200개만이 미국 전역에 디지털 신호로 방송하고 있으며 미 전역중 69% 정도의 지역에서만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 의회는 FCC와 달리 시청자 중 85% 이하만이 디지털 수신장비를 갖고 있다면 방송국이 2006년 이후까지 두 주파수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업자들간의 의견대립도 문제다. 방송국은 TV 제조업체가 디지털 튜너를 수신기에 포함시키기를 원하지만 제조업체는 수신기 가격의 상승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 방송국은 케이블TV 업체가 디지털 방송을 중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케이블TV 업체는 시스템 용량의 과부하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또 할리우드도 프로그램이 디지털화되면 저작권 보호가 어려워지는 점을 들어 디지털화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여러 가지 난제에도 불구하고 주요 대형 방송사들은 디지털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CBS는 주요 프로그램을 다시 디지털 방식으로 제공할 계획이며 이에 적합한 스포츠 프로그램도 늘리기로 했다. PBC는 ‘노바’ ‘위대한 성과’ 등과 특집 프로그램을 디지털 및 와이드스크린으로 방송을 계속할 예정이다. 또 NBC도 ‘제이 레노의 투나이트 쇼’를 고선명 TV로 방영하고 일부 시리즈물을 와이드스크린 포맷으로 방송할 예정이다. ABC 역시 여러개의 시리즈를 고선명으로 방송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고 있다.

 폭스의 경우 디지털 대신 주요 프로그램의 90%를 기존 방식과 디지털 방식의 중간단계인 와이드스크린 표준선명도로만 방송키로 했다.

 이밖에 일부 케이블 업체들도 디지털 프로그램의 방송을 시험하고 있으며 위성 업체인 디시네트워크의 경우 CBS의 뉴욕 및 LA방송국을 이용해 전국적으로 디지털 방송을 내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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