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정치와 기업

 중국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상인은 역시 여불위다. 한나라 상인이었던 그는 조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던 자초가 진나라 왕이 될 수 있도록 도와 줬다. 또 자신의 자식을 임신한 애첩을 주어 진시황을 낳게 했다. 그는 이 투자로 천하를 통일한 나라에서 승상보다 높은 상국(相國)이 되고 시황으로부터는 중부(仲父)라고 불리며 일세를 풍미했다.

 여불위가 자초를 도와준 것은 농사를 지으면 10배, 보화를 사두면 100배를 남길 수 있지만 임금을 사두면 계산할 수 없을 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대상다운 계산에 따른 것이다.

 뉴밀레니엄 시대의 미국에서도 최근 임금(王)을 산 기업이 그 결실을 손에 거두려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로 세계 IT산업의 정상에 올라선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로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대선에서 부시 쪽에 정치자금을 헌납하고 공개적으로 그를 지지하면서 그의 마음을 샀다. 클린턴 정권의 사법부로부터 회사 분할명령을 받은 이 회사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부시의 당선으로 그들의 입지는 확연히 달라졌다. 회사 분할 명령은 사실상 취소됐고 불공정행위만 인정됐다. 그러나 불공정행위도 마이크로소프트 스스로 웹브라우저 끼워팔기 중단을 발표하면서 껍질만 남게 됐다. 이 회사가 지금의 덩치를 유지하면서 앞으로도 최고의 기업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미국 기업들 다수가 선거 때면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특정정당을 지지하고 나선다. 그들 대부분은 당면한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라기보다 정책을 보고 지지할 후보를 고른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부시의 기업활동과 관련된 정책을 지지했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고 있다.

 미국도 사람 사는 나라라는 점에서 정경유착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하고 정치자금을 공개적으로 대는 것을 유착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유착(癒着)은 의학용어다. 사전을 찾아보면 ‘생리적 상태에 있어서 서로 유리(遊離)하여 있어야 할 생물체의 조직면이 섬유소의 조직으로 연결되어 융합하는 일’이라고 적혀 있다. 염증 치유과정에서 늑막이나 장이 붙는 것을 유착이라고 한다. 제각기 있어야 할 것이 붙었다는 점에서 결코 좋은 것일 수 없다.

 정치 활동과 경제 활동에 이 유착이 이뤄지면 인체에서의 유착보다 부작용이 심하다. 그 부작용은 유착된 이들의 몫이 아니라 건전한 정치인과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며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몫이 된다.

 정치권의 돈세탁 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있을 만큼 정경유착은 아직도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각종 선거 때만 되면 수천억원의 자금이 뿌려지지만 정작 자금의 출처는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한 나라의 돈이 은행에서 무작정 찍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활동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의 모호한 정치자금과 기업의 상관관계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기업과 정치권을 완전히 별개로 분리해 생각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힘을 가진자의 횡포나 부정요구하는 뒷거래다. 당당한 정책과 금전적인 지원을 전제한 정치자금이라면 국민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볼 이유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정치적 선택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이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권력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권력에 자유로울 수 있는 현지 기업들의 경영환경에 부러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법적 승리를 대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처해 있는 환경을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박주용 국제부장 jy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