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대나 선단의 대열에 딸린 동료 선박을 ‘요선’(僚船)이라고 부른다. 같은 임무를 띤 동료 선박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해 9월 1일 LG그룹은 요선인 LG전자(lge)와 LG정보통신(lgic)을 묶어 한 살림을 차려냈다. 그런데 합병 후 1년여의 시간이 두 회사 임직원까지 한 가족으로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치 연예기간이 짧았던 신혼부부를 보는 듯하다.
특히 LG정보통신 출신 인력들의 ‘합병 당했다’는 피해의식이 억지로 눌러 놓을 수 없는 용수철과 비슷하다는 흔적이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5월 30일 LG전자 2000여 노조원들은 노동조합 창립 기념일을 맞아 휴무를 즐겼다. 이달 5일에는 존재하지 않는 회사인 LG정보통신 출신 1300여 직원들이 노조 창립일을 따로 기념했다. 말하자면 ‘1사 2노조’인 셈이다.
또 하나, 경영 및 관리 일정에도 편차가 있다. 최근 LG전자 정보통신부문 임원들은 부하직원들로부터 받을 ‘경영능력 평가’ 성적표가 적지않은 부담이다. 이는 정보통신부문 인사부가 2년여만에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 상대적으로 여의도 트윈빌딩에 몸담고 있는 LG전자(lge) 임원들은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보통신부문의 한 관계자는 “요즈음 정보통신분야 홍보가 가전 및 LCD 등에 밀리는 느낌”이라며 “매출 측면에서는 당연히 가전 및 LCD 분야가 앞서지만 전자·정보통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선후 구분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직원들은 lge와 lgic 합병을 통해 얻는 시너지 효과는 연구개발분야에 국한된다고 폄훼할 정도”라며 “합병한 이와 합병당한 이의 반목을 무너뜨릴 결속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시간이 더 필요한 셈이다. lge와 lgic가 LG그룹에 세계 최고의 전자·정보통신 경쟁력을 가져다 줄 요선이 되길 기대해 본다.
< 정보통신부·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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