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그래도 기본에 충실하자

 이래도 되는 걸까. 그렇지 않아도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지목되고 있는 판에 우리 경제를 둘러싼 악재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미 수출은 넉달째 곤두박질치고 있고 주가는 또 최저치 경신에 나서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설비투자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자금시장에 발이 묶겨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걸 모를 리 없는 이 사회 리더층은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 세간을 어지럽히고 있는 언론사 세무조사는 왜 그렇게 ‘야단법석’을 떨어야만 할까. 설상가상으로 왜 이때에 대대적인 파업은 단행돼야 하는가. 답답한 경제를 살리는데 앞장서야 할 정치권은 왜 이렇게도 정쟁을 그치지 않는가. 한편에선 2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들여 부품·소재산업을 육성, 디지털시대의 무한경쟁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말이다.

 사실 기업들은 요즘 맥이 풀려 있는 분위기다. 정보기술(IT)기업들은 더욱 그렇다. D램 가격은 완전히 바닥으로 주저앉았고 PC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올초 정부가 경기부양 차원에서 예산조기 집행을 발표할때만 해도 IT경기가 비교적 낙관적이었으나 상황은 정반대로 흘렀다. 지금 테헤란밸리에서 쫓겨나다시피 떠나는 벤처기업이 늘고 있으며 코스닥시장의 주가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벤처투자 자금도 씨가 말라 사채시장까지 기웃거리는 벤처 사장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잠재해 있던 악재들도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공모나 펀딩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자회사나 계열사를 늘렸던 업체들은 원금회수는커녕 빚덩어리인 이들 관계사에 대한 채무보증을 서느라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의 리스크를 키우는 실정이다. 또 사업확장을 염두에 두고 늘렸던 직원을 줄이는 등 감량경영으로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한편에선 대박의 꿈을 안고 벤처기업에 새 둥지를 틀었던 대기업의 우수 인력들이 다시 안정적인 직장으로 돌아가면서 벤처업계 인력의 공동화마저 우려되고 있다.

 답답하기만 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잠시라도 넋을 놓았다가는 자칫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금의 기업경영 환경을 보면 ‘경영의 신’ ‘장사의 신’으로 숭배되는 고노스케 마쓰시타 회장을 다시한번 떠올리게 한다.

 9세에 견습점원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해 20세 때 독립한 고노스케는 지금의 마쓰시타를 만든 일본 경영사에서 가장 뛰어난 경영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마쓰시타 성장의 밑거름에 대해 “엔지니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끊임없이 연구개발에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회사가 어렵다고 기술개발을 중단하면 그만큼 기술 공백이 생겨 나중에 경기가 좋아져서 다시 재개하려해도 그 공백을 보충할 수 없다는 게 그의 논리다. 그는 기술개발까지 폐기하는 리스트럭처는 오히려 기업의 장래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댐 경영론’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댐 경영론은 자금·설비·재고 등 경영전반에 걸쳐 댐을 만들어 여유를 갖고 경영을 하자는 것이다. 특히 차입경영을 차단하고 자기자금에 의해 자기책임 아래 경영하는 자금측면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누구나 다 아는 ‘기본’에 충실하는 길만이 난국에서 기업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에릭 히포 소프트방크인터내셔널 사장은 벤처캐피털과 벤처기업이 최근 불황에서 배운 것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과 또한 인내하는 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수년동안 인터넷 붐이 일어나면서 관련업체들이 속속 늘어나고 자금이 몰렸으나 결국 거품이 빠지면서 투자자와 업체 모두 어려움을 겪는 과정을 지켜본 후 내린 결론이다.

 아무리 외풍이 심하게 몰아치고 힘이 들더라도 기본에 충실하는 기업만이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윤재 증권금융부장 yj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