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시장이 PC와 인터넷에 이어 고속·대용량의 광대역(브로드밴드) 통신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면서 각국 주요 업체들은 새 주도권을 목표로 사업기반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에서 AOL과 타임워너가 합병해 인터넷 서비스와 케이블TV 및 콘텐츠를 하나로 묶은 것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양방향TV·비디오게임기로 영역을 넓히는 것은 그 일환에 다름아니다. 일본에서는 NTT도코모가 휴대폰 인터넷서비스 i모드의 글로벌화를 통해 무선IT 제패를 꾀하고 있고, 소니는 그룹 산하의 모든 상품을 네트워크화해 세계 제일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소니는 하드웨어에서 콘텐츠 그리고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균형적인 사업기반을 구축하고 있어 최정상에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실제 소니는 최근 인터넷은행까지 출범시켜 하드웨어와 서비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모두 통합하는 강력한 사업토대를 갖추고 있다. 이런 소니가 21세기 브로드밴드 시대를 어떻게 보고 대응하고 있는지,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과 함께 쌍두마차 체제를 이뤄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안도 구니타케 사장을 만나 들어봤다. 지난해 4월 소니의 넘버2로 발탁된 그는 한국 기자들과는 처음인 이번 인터뷰에서 브로드밴드의 특성, 시장 전망, 소니의 가능성 등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브로드밴드통신 시대의 IT 시장 환경과 향후 전망은.
▲브로드밴드는 ‘언제 어디서든’을 의미하는 라틴어 ‘유비키타즈’와 같다. 모든 상품을 네트워크로 연결시켜줌으로써 공간이나 시간에 상관없이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 환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한층 밀접해져 양자가 직접적으로 만나는 피어투피어(P2P) 형태의 상거래가 확산돼, 향후 5∼10년 정도에는 지금처럼 AV와 PC, 소프트웨어 등 분야별로 나뉘어 여러 업체들이 경쟁하는 구도가 허물어질 것이다. 대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모든 상품을 네트워크로 통합한 사업기반을 갖춘 몇개의 소수 업체만이 전체 시장을 지배하는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즉 몇개의 소수 정예가 시장을 나눠 갖는 과점화가 한층 심화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승자가 모두 취한다(winner takes all)’의 시대가 되는 것이다.
―브로드밴드통신 시대의 소니는.
▲소니는 브로드밴드 시대 ‘세계 빅5’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제일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자신한다. 그 근거는 무엇보다도 그룹 산하의 모든 상품을 네트워크화해 모든 시장요구에 즉각 부응할 수 있는 종합적인 사업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점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하드웨어에서 소니는 워크맨·디지털카메라·디지털TV 등 디지털 AV기기를 비롯해 최근 1, 2년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등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PC ‘바이오’를 갖고 있으며 휴대폰과 휴대 음악플레이어에 이어 지난해 하반기에는 개인휴대단말기(PDA) ‘크리에’도 내놔 휴대기기사업 체제를 완비했다. 특히 이들 제품은 모두 소형 저장매체인 ‘메모리스틱’으로 모두 연결되기 때문에 하나의 시스템으로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여기에 소니는 영화(소니픽처스)와 음악(소니뮤직) 등의 방대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소넷(So-NEt)이라는 인터넷 서비스 체제에 위성방송을 중심으로 하는 고속인터넷 인프라까지 겸비하고 있다.
소니는 또 제조부문도 네트워크 시장 환경에 맞도록 바꾸고 있는데, 4월부터 본격 도입하고 있는 EMCS(Engineering Manufacturing Customer Services)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것은 제품별로 분산돼 있는 생산설비를 한곳에 집약해 총무 등 간접기능에 들어가는 중복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제조에 설계와 고객서비스 기능을 유기적으로 합쳐 빠르게 변하는 시장 요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소니의 세계사업전략은.
▲지난해 말 이후 세계시장이 침체를 보이고 있고, 특히 미국이 두드러진다. 이런 가운데도 한국을 비롯한 대만, 홍콩, 중국 등은 성장세를 지속하며 강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전망도 밝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서 소니는 앞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줄이면서 한국과 대만 등 동아시아쪽 사업비중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경우 조기에 사업전략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당분간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디지털카메라, 디지털캠코더 등 디지털 AV기기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비디오게임기 시장 전망은.
▲94년 내놓은 플레이스테이션은 전세계에서 8000만대 이상이 팔렸고, 지난해 3월 출시한 후속기종 플레이스테이션2(PS2)는 1100만대 가까이 판매, 비디오게임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PS2는 올 들어 판매증가율이 더욱 높아지며 판매속도면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을 훨씬 앞서며 새 주력제품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물론 닌텐도의 게임큐브나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가 무시할 수 없는 경쟁제품인 것만은 사실이며, 이 때문에 (우리는) 신중히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의 성능 면에서뿐 아니라 시장의 승패를 결정짓는 게임소프트웨어를 고려할 때 올 연말로 예상되는 차세대(128비트기) 시장주도권을 둘러싼 ‘제2차 비디오게임기 전쟁’에서 PS2가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낙관한다.
<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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