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미래를 생각하는 기업은 반드시 진화한다

◆설준희 브릿지솔루션그룹 대표이사 jhsull@BSGglobal.com

 정보기술 혁명과 IMF사태는 우리 기업에 꿈을 실현할 것 같은 희망과, 꿈이 사라졌다는 절망을 동시에 안겨다 준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6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의 산업발전 과정을 보면 언제나 경제는 성장, 부는 축적, 기업규모는 커가는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기대 속에 모두가 열심히 땀을 흘리며 더 큰 21세기의 꿈을 안고 달려왔는데 왜 우리 경제가 이렇게 되었을까.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기업을 평가할 때 흔히 업종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저 업종은 뜨는 첨단업종이고, 이 업종은 한물 간 사양업종이고,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나쁘고…. 이런 단순한 논리로 기업을 평가한다면 업종이 평가의 절대적인 잣대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기업을 보면 업종에 대한 문제보다는 기업 내부의 효율성과 효용성의 문제가 위기요인으로 드러난다. 그렇다면 과연 기업의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경영기술이다. 누가 어떻게 경영을 하느냐에 따라 그 기업의 성과가 달라진다는 의미가 된다. 고전적인 업종에서 첨단업종으로 변화시킨 나이키의 사례는 자신의 핵심역량을 찾아 이를 더욱 강화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하는 경영기술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즉 사양산업은 없으며 다만 경영을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이 있을 뿐이다.

 투입 대비 산출을 극대화하는 능력이 경영기술이라고 할 때 동종업종에서도 경영기술의 수준에 따라 이익지표, 현금흐름지표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관점에서 보면 가장 존경받아야 할 기업은 첨단 성장산업에 속해 있는 기업보다는 저성장산업이지만 안정적인 재무흐름과 외부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끊임없이 진화하는 기업일 것이다. 고성장산업은 경영기술보다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프리 라이드(free-ride)하는 기업들도 많기 때문에 이러한 경영성과를 해당 기업의 경영능력으로 인정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최근에 구조조정을 경험한 기업과 경험하지 못한 기업간에 생존에 대한 방식에 차이가 존재한다. 위기를 겪은 기업일수록 경영방식의 진화에 대한 욕구가 강할 수밖에 없다. 사업의 성패와 기업의 흥망성쇠를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시대적 흐름에 빨리 적응하고 변화하는 기업은 성장과 생존위기를 거듭하면서 경영기술이 진화되고 경제의 중심에 선다.

 90년대 후반부터는 기업의 진화방향이 소유의 관점에서 사용의 관점으로 변화하면서 자사의 핵심역량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기업은 예산범위 내에서 경영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부분에 투자한다. 그러나 소유의 관점에서 보면 투자여력이 늘 부족하게 마련이다. 그러면 올해 투자하지 못한 부문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는데 이렇게 미루다 보면 경쟁자에 비해 활용수준이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분명히 이유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기업의 모습은 진화가 덜 된 진부한 기업이지 않은가.

 기술개발력을 핵심역량으로 하여 벤처기업으로 성공한 K사의 경우 내부 유보자금이 꽤 많다. 그러나 이 기업은 기업정보화를 위해 자체 전산조직을 만들지 않고 처음부터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형태의 아웃소싱을 추진하였으며, 현재는 전산조직을 갖춘 다른 기업에 비해 훨씬 좋은 시스템과 유지보수인력을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보기술에 대한 투자는 컨설팅 비용이 전부였고 이 기업은 유보된 자금으로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일반적인 기업이었다면 전산조직을 소유하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여 초기투자비용부터 내부 조직운영비용까지 현재보다 몇 배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소진했을 것이다.

 정보기술의 발전은 기업의 효과성이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좋은 솔루션들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서 이 모든 것을 소유한다고 할 때, 사업 직접자산에 대한 투자보다 더 커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를 생각하는 기업은 자사 핵심역량의 근원이 되는 사업자산에 대한 소유는 지속하겠지만, 비핵심부문에 대해서는 과감히 떨쳐버리고 진화할 것이다. 이제는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는 집착을 버려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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