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벤처기업(664)

정치 입문<26>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연상하자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강했다. 무지로 인한 학대와 그 곤혹스런 어린 날의 한이 모두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아버지였다. 항상 욕을 해야만이 말이 되고, 그것이 습관이 되어 있는 아버지. 밤이 새도록 욕설을 퍼부으면서 날을 꼬박 새우던 아버지의 그 주사에 대한 추억은 나에게 미묘한 설움과 그리움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에 아버지의 주사를 피해 부엌으로 나가 밤을 꼬박 새웠던 어린 시절의 한은 이제 미움이 아니라 하나의 그리움으로 둔갑해 버린 것이다. 자식을 이유없이 학대한다고 할지라도 다시 살아나서 옆에 있었으면 싶었는지 모른다. 죽음과 삶의 갈림길은 너무나 차디차고 말이 없는 무서운 침묵이었다. 나는 견디지 못하고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내가 얼마나 구슬프게 울어대었는지 뒤에 서 있던 비서들도 눈물이 글썽해서 서 있었다. 그곳을 떠나면서 나는 아버지가 늘 나를 부를 때 하던 욕설이 허공에서 울리는 것을 들었다. 아버지는 나를 부를 때 꼭 ‘쌍놈의 새끼야’라고 했다. 그 욕은 아버지 자신에게 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었다. 어쩌면 아버지는 항상 자신에게 욕을 하였는지 모른다. 나를 학대한 것도 실제는 자신에 대한 학대였다.  

 국회가 개원되고, 나를 비롯한 초선 의원들이 자리를 같이 했는데 내가 자금을 지원한 초선 의원들이 많았다. 초선 의원들은 초당적으로 모임을 가졌다. 야당 출신의 초선 의원들이 많았고 적지 않은 무소속 의원들도 있었다. 다른 일로 출석을 못한 의원까지 합하여 초선 의원은 57명이었다. 이들은 첫 모임에서 나를 회장으로 뽑았다.  

 인사를 하라고 해서 나는 앞으로 나가 간단하게 소감을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의정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저보다 연세도 많으시고 정당 활동을 오래 전부터 해온 정치 선배님들도 계시는데 제가 감히 회장으로 선출이 되어 이 자리에 선 일이 왠지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이 회장이라는 직책은 일을 하라, 심부름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정치를 시작합니다. 처음으로 의정 활동을 하는 우리들은 초당적으로 뭉쳐서 올바른 정치풍토를 만드는 데 청량제 역할을 하기를 원합니다.”

 “뭉치자니? 새 정당이라도 만들자는 것인가?”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나는 못들은 척하고 다음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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