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지하철 안.
아리따운 아가씨와 엉덩이를 맞대고 출근하는 봉달이는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그런데 갑작스레 들리는 방귀소리와 봉달이에게 쏠리는 수많은 시선. 엉덩이를 통해 전해지는 진동으로 범인을 파악한 봉달이. 하지만 어쩌랴, 그 아가씨는 봉달이를 노려보며 자리를 피하고 봉달이는 꼼짝달싹 못하고 지하철 공기를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낙찰.
이 아리따운 아가씨의 이름은 고릴라, 아니 고리라.
숱한 화제를 모았던 인터넷 전용 시트콤 ‘떴다! 高(고)都(도)李(리)’의 1회 첫장면이다.
여성 생리대 회사를 무대로 청순한 외모와 엽기적인 행동의 소유자 高리라(김윤경), 노처녀 히스테리의 화신 都도해(노현희), 뻔뻔한 아줌마의 대명사 李면지(조혜련) 등 세 직장여성이 벌이는 포복절도할 코미디를 선보인 ‘떴다! 고도리’가 지난 20일 100회 최종회를 내보냈다.
‘떴다! 고도리’는 인터넷방송 크레지오(http://www.crezio.com)가 인터넷방송을 위해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방영 이후 하루평균 4만명이 보고 가는 등 네티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인터넷방송 하면 저예산을 가지고 무명배우를 출연시켜 전체적으로 질이 떨어질 것이란 성급한 추측들을 일소시킨 작품이다. 5∼8분짜리 시트콤 100회를 제작하는 데 5억원을 투여하고 조형기를 비롯 노현희, 조혜련, 홍진희 등 중견 탤런트를 대거 캐스팅했다. 특히 연출은 맡은 김진영 PD는 SBS 간판 시트콤 ‘행진’ ‘순풍산부인과’ ‘골뱅이’ 등 숱한 시트콤을 흥행에 성공시킨 장본인이
다.
크레지오는 ‘떴다! 고도리’를 케이블TV인 코미디TV에 5월 말 방영하기로 하고 협의중이다. 이에 앞서 이 회사는 3억원을 들여 만든 인터넷방송 전용 시트콤인 ‘무대리 용하다, 용해’를 코미디TV에 판매해 현재 케이블을 통해 방영중이다. 크레지오의 박현 부장은 “인터넷방송에서 만든 시트콤을 케이블TV에서 사가는 현상은 인터넷방송 콘텐츠가 지상파나 케이블에 비해 열악하다는 선입견을 타파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인터넷방송의 새 수익모델로 콘텐츠 판매가 자리잡는 것은 물론 지상파·케이블방송과 인터넷방송 간에 콘텐츠 교류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케이블TV쪽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다. 코미디TV측은 ‘무대리 용하다, 용해’가 자체 시청률 10위 이내에 속하는 인기 프로그램이라며 인터넷방송이 만든 콘텐츠의 질이 일반 방송 콘텐츠에 뒤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크레지오는 자체 제작물을 통해 국내 케이블방송뿐만 아니라 일본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일본 이마지카와 함께 ‘한국 음식문화의 새로운 소식’(가칭)을 제작해 6월부터 일본 스카이퍼펙트 위성채널을 통해 방영할 계획이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방송이 프로그램 제작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좋은 예로, 앞으로 인터넷방송이 전송매체뿐만 아니라 제작매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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