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ome]무선기술동향-온가족을 무선으로 묶는다

 ‘e홈이 무선으로 엮이고 있다.’

 디지털시대가 오고 무선통신이 정보기술(IT) 산업의 핵심으로 등장하면서 가정내 정보생활도 무선기기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무선호출기를 비롯해 전선줄 없는 가정을 실현할 블루투스까지 온갖 무선기술들이 삶을 크게 변동시키고 있다.

 ◇초기 무선기술=가정내에 무선전화가 등장한 것은 20여년이 채 안 된다. CT1으로 불리는 가정내 무선전화는 가정내에 처음으로 전선을 없앤 기술로 현재 널리 보급된 이동전화기술의 초기 형태로 꼽힌다. CT1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80년 초중반, 다양한 디자인을 갖춘 무선전화기가 출현해 전화가 단순한 통신기구가 아닌 ‘가구’ 수준으로 격상되면서 친근한 통신기기 이미지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70년대부터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사용되던 카폰도 무선이동전화라는 기술을 일반인에게 널리 알린 주인공이다. 자동차 트렁크에 수백만원하던 기지국만한 장비를 갖춘 카폰은 신분의 상징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무선호출기 시대=무선통신기기가 가정속으로 급격히 보급된 1등 공신은 무선

호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0년대 초반만해도 일부 비즈니스맨을 중심으로 사용되던 무선호출기가 90년대 초반 들어 젊은층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일반인들은 무선호출기 보급 이전에는 가정과 사무실 이외의 지역에서는 사실상 급한 연락을 취하기 힘들었다. 호출기가 등장하면서 가족 및 사회구성원들이 무선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이는 계기가 됐다.

 무선호출기는 기술적 특성상 단방향성이었고 사용자가 가입한 지역 밖에서는 연락이 되지 않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이후 양방향 호출기, 문자호출기, 광역호출기 등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 했지만 이동전화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오면서 기력을 잃어갔다.

 ◇이동전화 시대=무선호출기로 인해 무선통신이 보편적인 역무로 자리잡아 가던 무렵에 이동전화가 새롭게 등장했다. 90년대 초반에는 한국이동통신이 국내 1세대 통신인 아날로그 방식으로 국내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당시 정부는 국내 이동전화 기술 및 서비스 향상을 위해 신세기통신에 새로운 사업권을 부여, 한국 이동전화 시장은 처음으로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경쟁시대를 연 것은 2세대 통신기술이 대거 도입되면서부터다. 지난 97년 6월 사업권을 획득한 개인휴대통신(PCS), 주파수공용통신(TRS) 등 신규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일제히 상용서비스에 들어가는 등 통신서비스 환경이 ‘독과점’ 환경에서 ‘무한경쟁체제’로 본격 돌입하게 됐다.

 특히 CDMA 기술을 바탕으로 PCS사업자와 셀룰러 사업자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이동전화업계는 명실상부한 디지털시대로 접어들었다.

 기술적으로 이동전화는 800㎒ 대역을 사용하는 반면 PCS는 1.7∼1.8㎓의 고주파 대역을 사용하고 있다. 고주파 대역으로 올라갈수록 직진성이 뛰어난 반면 회절성은 반감하는 전파 특성을 갖고 있다. 당시 PCS 사업자들과 셀룰러 사업자들은 기술 특성을 갖고 누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을 하기도 했다.

 이후 이동전화사업자들은 통화품질 경쟁, 부가서비스 경쟁, 요금경쟁 등을 벌이며 일반 대중의 품으로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 현재 20∼40대의 90%가 이동전화를 보유하게 됐다. 사회과학자들은 이동전화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가족간의 의사소통도 증가하게 돼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무선인터넷 시대=이동전화 단말기와 서비스 품질이 나날이 향상되면서 지난해부터 이동통신 기기들은 PC와 인터넷의 기능을 하나하나 차용하기 시작했다. 이동전화는 음성통화 수단을 넘어 전자수첩, 간단한 게임을 갖췄다. 이후 단말기 커넥터와 노트북PC를 연결하면서 이동전화단말기는 무선모뎀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이제는 단말기끼리 네트워킹되면서 또하나의 인터넷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유선인터넷망과 연동되기 시작하면서 ‘이동전화=PC’ ‘이동전화서비스=인터넷서비스’라는 등식을 형성해가고 있다.

 그러나 2세대 통신인 IS95B망은 무선인터넷의 완벽한 구현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 IS95B망으로는 64Kbps 속도 정도로만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어 텍스트 기반 서비스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이달 중으로 상용화되는 IS95C망은 144Kbps 속도를 낼 수 있어 무선인터넷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보인다.

 IS95C망이 활성화되면 기존 전송망에서 구현할 수 없던 각종 컬러그래픽서비스·그림 및 사진 데이터뿐만 아니라 동영상까지도 주고 받을 수 있는 영상전화시대로 전환될 전망이다.

 또 개인휴대단말기(PDA)도 IS95C망을 타고 이동전화와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동전화 사업자 대부분이 PDA와 음성전화 기능을 합친 특수단말기를 출시, 새로운 형태의 무선서비스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전자수첩 기능에 그쳤던 PDA가 무선망을 타게 되면 현재 단말기보다 편하게 무선인터넷 공간을 서핑할 수 있다.

 ◇IMT2000의 도래=3세대 통신으로 불리는 IMT2000 시대가 오면 2㎓ 대역 주파수를 사용, 최대 2Mbps 전송속도로 음성·영상·데이터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IMT2000은 2세대 이동통신과 주파수·전송속도·대역폭 등 여러가지 면에서 다르지만 서비스 측면에서도 또한번 도약을 하게 된다. IMT2000은 기존 음성 위주 서비스에서 탈피, 고속데이터와 영상서비스가 가능한 무선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IMT2000 서비스가 되면 FM라디오 음질로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경우 실시간 동영상서비스가 가능해 실제로 영화관람이 가능해진다. 인터넷서비스는 웹서핑이나 e메일 검색뿐 아니라 무선인터넷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이처럼 동영상 통신이 되면 현재 TV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간의 영상통화 등이 가능해진다.

 ◇4세대 통신까지=4세대 통신에서는 3세대보다 10배에서 50배까지 빠른 20∼100Mbps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속도가 구현되면 큰 용량을 갖은 데이터의 전송 비용이 크게 감소해 이동전화를 통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 구체적 기술표준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모든 네트워크 장비와 단말기가 인터넷 기반이 되는 ‘올 아이피(All IP)’가 채택되면 유선과 똑같은 인터넷 환경이 무선에서 실현된다.

 4세대 통신에서는 하나의 단말기로 위성망, 무선랜, 인터넷망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음성, 영상, 멀티미디어(음성·영상·데이터), 인터넷데이터, 음성메일, 인스턴트메시지 등의 모든 서비스를 이동전화 하나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블루투스와 e홈=블루투스가 상용화되면 무선통신을 이용해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우선 각종 전자기기들과 이동전화가 끈 없이 연결돼 보다 쉽게 네트워킹될 수 있으며 이동통신기기와 댁내 PC간의 데이터 통신이 편해진다. 이를 통해 가족의 정보기기들이 다양한 정보를 교유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동전화를 가지고 댁내의 가전기기를 원격 제어할 수 있게 된다. 필요한 시간에 냉난방기기를 작동할 수 있고 원격지에서 댁내 보안을 확인할 수도 있다. 또 밖에서는 이동전화로 사용하고 댁내에서는 유선전화와 연동할 수 있어 가정내 통신요금을 절감해줄 수 있다.

 ◇전망=조만간 가정의 구성원인 가족 이외에 비인간(non-human)도 무선기기를 통해 하나로 묶일 것으로 보인다. 애완동물의 목에 무선통신 기구를 붙여 동물의 위치를 항시 추적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에도 PC와 PDA 등이 설치돼 지리정보와 교통정보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무선기술의 발달은 가족과 댁내 모든 기기가 상호간에 의사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가정을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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