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제3시장을 제대로 키우려면

◆강정호 코스닥증권시장 사장

제3시장이 지난달로 개장 1주년을 맞았다. 제3시장은 거래소나 코스닥에 상장되지 않은 장외주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시장이다. 개장초기에는 코스닥 제2판으로 인식됐다. 하루 60억원이 거래되었다. 이러한 열기가 지난해 8월 이후 사그라들었다. 월별 신규진입 기업도 2∼3개에 그치고 있다. 최근에는 하루 거래대금이 2억원대로 추락해 일부 언론에서는 ‘빈사상태’로 진단하고 나아가 존폐위기론을 거론하기까지 이르고 있다.

시장개설 초기부터 제3시장에 대한 정부와 시장참가자간의 인식차이가 컸다. 정부는 “제3시장은 거래소나 코스닥 같은 증권시장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 제3시장의 정식 명칭이 ‘장외거래호가중개시스템’임에서도 알 수 있듯 제3시장은 거래의 편의를 돕기 위한 호가정보제공 전산시스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인 구상과는 달리 시장참가자들은 이 시장의 표본이 되는 미국 나스닥의 장외거래주식호가게시판(OTCBB)이라는 명칭보다는 세번째의 시장이라는 뜻에서 ‘제3시장’이라는 명칭을 선호했다.

현재 제3시장의 현황을 보면 거래기업수는 123개이며 절반이 벤처기업이다. 그러나 거래규모는 코스닥시장의 0.01% 수준에 불과하다. 기업당 평균거래규모는 400만원에 불과하다. 제3시장은 어찌보면 2∼3년전의 코스닥시장과 유사한 면이 있다. 당시 300여개 기업의 하루 거래대금은 2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거래가 하루에 단 1주라도 이루어지는 기업은 20%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제3시장을 어떻게 키워나가야 하나. 우선 코스닥과는 차별화된 시장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원래 시장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다. 그러나 주식거래의 경우에는 가치평가가 어렵고 일반상품과는 달리 반품처리가 안되며, 만인 대 만인간의 비대면 거래라는 특징 때문에 불공정거래의 소지가 대단히 크다. 따라서 제3시장의 경우에도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인식하에서 최소한의 공정거래기반은 마련돼야 한다.

미국 OTCBB의 예를 보자. OTCBB는 저가주 장외주식거래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90년에 개설됐다. 보고의무시행 등 시장투명성이 제고되면서 거래량이 활성화되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OTCBB 기업도 정기적인 기업재무정보를 일반투자자에게 공개하도록 적격성 규칙을 99년에 도입했다. 이에 따라 6500개에 이르는 거래종목이 3400개로 크게 줄었다. 3000여 종목이 퇴출되었음에도 시장신뢰성이 제고돼 거래규모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OTCBB는 ‘프리 나스닥’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1년간 나스닥 신규진입 기업 600개 중 15%가 OTCBB 기업이다.

앞으로도 제3시장은 코스닥 시스템의 일환으로 커나가야 한다. 제3시장이 프리 코스닥 시장으로 커나가기 위해서는 기업 재무정보 제공 등 기업공시를 강화하고 기업활동의 투명성과 회계정보의 정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때 코스닥이 거래소 진입의 디딤돌 역할을 했듯이 제3시장에 코스닥 진입 관문으로서의 위상을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거래가 어느 정도 이루어져 시장가격이 안정적으로 형성되는 기업은 코스닥 진입을 쉽게 하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초기단계의 우량기업이 제3시장에 진입하게 되고 코스닥시장도 어느 정도 안정된 우량기업을 공급받게 되는 체제가 이루어져 두 시장이 다같이 성장할 수 있는 상호 보완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 채널이 확보되게 되면 초기단계 우량기업은 코스닥시장 진입가능성이 높아져 벤처캐피털 엔젤 등 벤처자금조달이 원활하게 돼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육성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OTCBB가 자리잡는 데는 10년이 걸렸다. 나스닥이 성공하는 데는 30년이 걸렸다. 코스닥도 장외거래 조직화 시점에서 보면 12년이 걸렸다. 말레이시아의 메스닥은 3년이 된 현재 단지 3개의 기업이 거래되고 있을 뿐이다. 1년은 너무 짧은 기간이다. 다만 OTCBB의 발전을 우리나라에서 재현하는 데 10년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반면 투자자나 기업의 시장수요를 억압해서는 안된다. 자연발생적인 시장이 장기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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