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입문<2>
남녀가 반반씩 섞여있었는데, 여자 표를 생각해서 부반장에는 여학생을 골랐다. 연주라는 그 여학생은 나만큼이나 수줍음이 많아 남 앞에 잘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를 러닝메이트로 한 것은 여학생 중에 공부를 제일 잘하기 때문이었다. 표가 가장 많은 인기가 있는 여학생은 그때 반장 선거에 나섰다. 그녀는 역시 표를 의식했는지 남학생 친구를 부반장 러닝메이트로 했다. 담임의 생각이지만, 반장이 남자이면 부반장은 여자로, 여자가 반장으로 출마하면 부반장은 남자로 하기를 원했다.
반장 출마를 한 여학생은 상당히 부자였는데, 본인보다 그녀의 어머니가 딸을 반장시키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녀의 어머니는 교실 환경을 위해 돈을 잘 썼고, 학급에 관한 기부금을 잘 내었다. 나는 초대받은 일이 없지만, 새 학기가 되고는 상당히 많은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다고 한다. 그것도 일종의 선거 운동이었다. 이렇게 미리부터 준비를 한 대상과 나는 싸워야 했다. 그것을 알았다면 애초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일단 출마 의사를 밝히고 점검을 하는데 나의 러닝메이트가 그런 정보를 주었다.
그때 반장이 되겠다고 나선 학생이 네 명이었다. 나하고 여학생 김송자, 다른 남자 친구 송하용, 그리고 이진호였다. 송하용은 양조장하는 집 아들인데, 그 집에서도 어머니가 반장 선거에 나가라고 해서 나왔다. 다만 이진호만이 주위 친구들이 권해서 별다른 의식 없이 출마했다. 그렇게 여러 명이 경합을 한 것은 담임 선생의 의지도 있었다. 그 담임 선생은 선거 유용론을 주장하였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것이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악폐도 배우지만, 민주주의 본질을 배우는 계기도 될 것이다. 선거가 가지고 있는 양면성이다.
일단 하루간의 시간을 주었다. 그 동안 선거 운동을 하라는 것이었다. 다만, 금품을 사용하여 맛있는 것을 사준다든지, 집에 초대하여 환대하는 것은 불용했다.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반장이 되면 어떻게 학급을 이끌고 나갈 것인지 정견만을 발표하게 했다.
나는 부반장 러닝메이트 연주와 친한 친구 길수, 그리고 연주의 친한 친구 숙희와 함께 선거 전략을 궁리했다. 아이들의 선거 전략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지만, 표밭을 점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급 아이가 모두 52명이었는데, 그 중에 한 명은 교통사고로 부상입어 입원했고, 가능한 사람은 51표였다. 우리는 51명의 이름을 놓고 점검했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시론]AI 패권의 새로운 질서
-
2
[ET단상] 양자와 AI 시대, K보안 도약을 위한 제언
-
3
[ET톡] 퓨리오사AI와 韓 시스템 반도체
-
4
[ET톡] AI와 2차 베이비부머의 미래
-
5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4〉AI '앱 경제'를 '에이전트 경제로' 바꾸다
-
6
[황보현우의 AI시대] 〈25〉고독한 사람들과 감성 AI
-
7
[부음] 김동철(동운아나텍 대표)씨 장모상
-
8
[부음] 유상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씨 장모상
-
9
[사설] 보안기능 확인제품 요약서 사안별 의무화 검토해야
-
10
[GEF 스타트업 이야기] 〈57〉더 나쁜 사람 찾기, 손가락질하기 바쁜 세상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