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은 서비스산업의 꽃이다. 서비스는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실현되며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결국 호텔 비즈니스에서 마케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영기법인 셈이다.
최근 호텔업계의 관심이 e비즈니스 인프라 구축에 모아지고 있는 것도 이를 통해 효과적인 마케팅을 해보겠다는 의도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고객관계관리(CRM)다. 그 첫 주자로 국내 굴지의 쉐라톤워커힐호텔이 나섰다. 워커힐이 국내 호텔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이 호텔의 CRM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간 구호에만 그쳤던 호텔마케팅의 e비즈니스화가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 기대는 워커힐호텔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점점 실망으로 바뀌어갔다. 이 호텔 고위 관계자는 “CRM 도입을 위해 20명 남짓한 DW CRM팀을 구성했고 올 5월께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자신하면서 “아태지역 업체로는 최초의 도입”이란 말을 누누이 강조했다. 뒤집어보면 이는 호텔업의 e비즈 마케팅이 그만큼 뒤져있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최초의 시도란 첫 땅을 밟는다는 자부심 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 e비즈니스는 이미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최초’를 강조하는 그의 말에서 만시지탄에 앞서 묘한 슬픔을 느끼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 슬픔의 실체는 관련부서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더욱 확연해졌다. e비즈니스 마케팅팀은 자신들이 CRM을 추진중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가 하면 홍보실 역시 국내 호텔업계의 저조한 e비즈니스 환경을 성토만 할 뿐 이렇다 할 청사진을 내놓지 못했다.
동종업계의 반응 역시 기자를 슬프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워커힐의 CRM 도입은 어찌됐건 자신들보다 한발 앞선 e비즈 환경구축 노력이다. “CRM 같은 인프라 구축이 호텔경영에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에서부터 “워커힐의 효과를 분석한 후에 구축해도 늦지 않는다”는 식의 반응은 우리나라 호텔의 낙후된 경쟁력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아무쪼록 이번 워커힐호텔의 CRM 도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호텔업계 전체의 e비즈니스 환경개선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디지털경제부·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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