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CEO와 리더십 스타일

서현진 인터넷부장 jsuh@etnews.co.kr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 스타일은 CEO 개인의 성격이나 기업 환경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유능한 CEO는 일단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방법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 철학이 바로 리더십 스타일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경영이론가 찰스 파커스가 몇년 전 전세계 160명의 유명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리더십 스타일 연구 분석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초 그는 160명이 모두 다른 리더십 스타일을 갖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고 한다. 연구 데이터를 통해 뚜렷이 나타난 리더십 스타일은 전략형·인적자원형·전문가형·규제형·혁신형 등 고작 5개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모든 CEO들을 5개의 리더십 스타일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이 가운데 전략형은 CEO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기업의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진로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스타일이다. CEO는 또 많은 시간을 조직의 출발점(사업의 추진)과 도착점(시장위치)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일에 보낸다. 관심사도 조직 내부문제보다는 고객, 경쟁자 등 외적 요인에 더 많이 집중돼 있다. 또 탁월한 기획력이나 일상적인 조직업무를 알아서 수행하는 직원들을 높이 평가하는 스타일이다.

전략형과는 정반대되는 유형이 인적자원형이다. CEO는 전략수립보다는 종업원 개개인의 성장과 개발을 관리하는 것이 최우선 업무라고 생각한다. 종업원들로 하여금 조직에 대한 확실한 가치관과 행동을 취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궁극적인 목표 역시 일관성있게 행동하는 장기근속자들을 위성CEO로 키워 각 조직의 수준에 맞게 배치함으로써 기업을 일종의 우주로 만드는 것이다.

전문가형은 주요 임무가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전문영역의 확대로 보는 스타일이다. 신기술 연구, 경쟁제품의 분석, 엔지니어와 고객의 만남 등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또 전문성을 획득하고 공유하는 종업원들에 대해 승진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관심을 보인다. 전문경력자를 우대하지만 동시에 편견이 없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신입사원들을 선호하기도 한다.

규제형은 명확한 통제시스템을 만들어 이를 종업원과 고객들에게 적용시키려 하는 스타일이다. 종업원들에게는 항상 일관성 있는 행동을 요구하고 고객들에게 예측가능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관리상의 문제점을 평가하며 절차, 법규, 보상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궁극적으로는 통제시스템을 만들어 이를 알리고 준수하는지를 감시함으로써 기업이 부가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혁신형은 도중에 전략적 실수로 혼란이 야기된다 해도 지속적인 혁신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주된 임무라고 여기는 스타일이다. 또 전략형 CEO와는 달리 어떤 목표보다는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 관심이 있고 통제시스템이나 규칙에는 큰 관심이 없다. 대신 많은 시간을 종업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강연이나 회의에 사용한다. 공격적이고 독립적인 기질도 강해서 미래에 대한 열정과 개방성향의 종업원을 선호한다.

자, 그렇다면 당신의 리더십 스타일은 이 5가지 중 어느 유형인가. 예컨대 “나의 스타일은 전문가형인데 전략형 요소가 가미돼 있다”거나 “전략형인데 인적자원형 요소도 가미돼 있다”는 식의 느낌은 받지 않았는가. 실제로 다수의 CEO들은 “자신이 규제형이지만 필요할 경우는 전략형 요소들을 활용한다”는 식으로 리더십 스타일을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한다.

그러나 찰스 파커스의 연구결과는 유능한 CEO들은 대체로 하나의 리더십 스타일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신이 선택한 리더십 스타일을 조직의 모든 의사결정과 행동을 지휘하기 위한 일관된 나침반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어떤 스타일의 CEO를 선택할 것인가는 순전히 비즈니스 차원의 문제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후진성은 대개 유능한 CEO의 부재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우리 기업들도 유능한 CEO에 대한 판단을 리더십 스타일로 가려내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