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커진 조직, 동맥경화를 경계하라.’
지난 1년 동안 지속적인 인력확보를 통해 조직확대를 이뤄온 소프트웨어(SW) 벤처기업들이 최근들어 조직 대형화에 따른 부작용 및 후유증을 해결하는 부분에 고민을 집중하고 있다. 핸디소프트, 버추얼텍, K4M, 아이티플러스, 한국컴퓨터통신 등 국내 SW벤처기업들은 지난 1년 사이 조직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벤처의 생명인 원활한 내부 커뮤니케이션, 유연한 조직 운영, 직원 개개인의 능동적인 업무처리 흐름에 적신호가 켜질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조직 체질을 개선해 유연하고 능동적인 조직으로 바꾸고 의사소통 경로나 커뮤니케이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경영 컨설팅을 의뢰하거나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으로 문제점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조직개편, 커뮤니케이션 방안, 직원 교육 등 다각적인 차원에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부담스러워진 조직관리=XML 기반의 기업간 시스템 통합(B2Bi) 전문업체인 K4M은 지난 3월 중순 K4M 경영성과 공유를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1년 동안의 경영성과를 함께 공유하고 조직 프로세스와 업무 프로세스를 한번 정리해보자는 취지에서다. 회사가 제대로된 방향으로 가고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가야하는지에 대한 전체 직원들의 생각을 파악해보자는 의도도 있다. “지난 1년 동안 앞만보고 달려와보니 직원이 60명이나 되는 조직으로 커져있었다”며 “이제는 조직간 커뮤니케이션 문제나 조직 구조상의 효율성 문제를 한번 쯤 짚어볼 때”라는 것이 이 회사 주종철 사장의 말이다.
지난해 초 30명에서 최근 1년 사이 직원이 100여명으로 늘어난 버추얼텍 역시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인력이 많이 늘어났지만 그만큼 조직 융화나 직원간 커뮤니케이션에는 부담이 생겼다. 지난 2월 아더앤더슨코리아로부터 받은 경영컨설팅 결과 역시 조직간 커뮤니케이션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지적됐다. 특히 전형적인 벤처 스타일의 자유분방한 기존 직원과 대기업 출신의 직원, 신입사원 등 각각 다른 문화에 젖어있던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상충되는 부분이 생겨났으며 결집력도 전에 비해 떨어졌다는 것이다.
◇잘 나가는(?) SW업체의 공통된 고민=다른 SW벤처들의 고민도 K4M이나 버추얼텍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창업 2년만에 90명으로 늘어난 아이티플러스를 비롯해 100명 규모의 티맥스소프트, SW업체로는 230명의 대군단을 거느리고 있는 핸디소프트,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조직을 키운 피코소프트 등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사업확장을 위해 조직을 키우는데 관심을 쏟아왔지만 조직을 제대로 유지하고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경기 위축으로 인해 이 같은 문제가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는 사례도 있다. 피코소프트의 경우 최근 매출신장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기존 직원과 지난해 인수한 아이비즈넷 직원들과의 불협화음이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아이비즈넷의 인수가 매출증가에 별다른 도움이 안되고 있는데다 업무 스타일 자체가 이질적이어서 조직 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모 업체 사장은 “직원이 20명 안팎일 때는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기 때문에 조직 문제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며 “40∼50명을 넘어서는 순간 이 문제가 CEO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이 커지면 물같이 흘러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흐름에 문제가 생겨 사람으로 치면 동맥경화가 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SW업체들은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더 큰 문제로 발전하기 전에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조직의 체질을 강화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비전 공유·독특한 기업문화 필요=버추얼텍은 현재 각 부서별, 조직별로 요구사항과 문제점을 수렴하고 있으며 다양한 조직체질 강화 작업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특히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공유하는 작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보고 이에 주력하고 있으며 사내 마케팅 조직운영 등을 구상하고 있다.
핸디소프트는 직원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핸디는 전문화되지 않고서는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는 안영경 사장의 주문에 따라 최근까지 하루 4시간씩 42일간 전사적인 교육을 실시했다. 특히 접촉 기회가 제한적인 조직, 직원들이 이 교육을 통해 한자리에 모이게 돼 매끄러운 조직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핸디측의 설명이다.
아이티플러스는 최근 회사의 경영 이념 및 비전 선포식을 통해 기업 정체성 확립과 조직 결속력 다지기에 나섰다. 기업의 비전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보고 고객가치 창조, 자기혁신, 나눔경영 등의 세가지를 경영이념으로 선포했다. 직원들의 실천이념은 2PC(Proactive, Creative, Professional, Collaborative)로 정했다. 이외에도 이수용 사장이 직접 부서장과 직원들에게 한달에 한권씩 필독서를 나눠주고 토론, 의견교환을 통한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도록 한다.
DIB, 한국컴퓨터통신 등도 효과적인 조직 운영을 위한 의견 수렴과 외부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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